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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중사 유족측 "피의자, '가해자 인생 불쌍하지 않냐'며 남편 회유"

한 조문객이 7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뒤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한 조문객이 7일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이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신고한 뒤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2일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성추행 피해를 당한 후 숨진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이모 중사에 대한 성추행이 과거 1년여에 걸쳐 여러 차례 있었다고 유족 측이 주장했다.

이 중사 유족 측 김정환 변호사는 7일 오전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번 사건 회유에 가담한 인원들을 포함해 1년여에 걸쳐서 여러 번 강제추행이 있었고, 피해자가 그것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걸 보고 그걸 답습해서 추행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아직 조사를 받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사에 지장이 생길 수 있어서 자세하게 말씀드리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피의자가 성추행 신고 이후 군인인 피해자의 남편이자 회유와 압박을 한 정황도 추가로 전했다.

그는 "저희가 (3월) 신고를 공식적으로 하고 나서도 2주 이상 지난 시점에 사건 피의자들 중 한 명이 남편에게 찾아와서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고소를 취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안 되겠냐라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에게 가해자 입장을 대변하면서 용서해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 이후에 유가족들이 그걸 알게 돼서 남편에게 얘기해서 그것을 항의하도록 한 부분 등 객관적인 자료가 증거로 남아 있다"며 "'가해자가 명예롭게 퇴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가해자의 인생이 불쌍하지 않으냐'는 종류의 내용"이라고 밝혔다.

앞서 유족 측은 이 중사가 과거 '최소 두 차례' 성추행 피해를 더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3일 20비행단 소속 상사·준위 등 3명을 추가 고소한 바 있다.

유족 측은 1년 전쯤 이 중사가 근무하던 부대로 파견 나왔던 간부(부사관) 1명도 당시 회식 과정에서 고인을 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올 3월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했던 부대 상관 중에도 과거 이 중사를 추행한 인물이 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유족의 주장에 따르면 이 중사에 대한 성추행이 최소 두 차례는 더 있었던 셈이다.

지난 3월 회식 후 귀가하는 차량 안에서 같은 부대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군 당국에 신고한 이 중사는 신고한지 2개월여만인 지난 5월 22일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중사는 사건 직후 A상사 등 다른 상관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으나, 이들은 오히려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며 합의를 종용했고, B준위는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회유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족들은 이 중사의 신고 이후 사건에 대한 수사 및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상부의 조직적 회유 및 은폐가 이뤄져 끝내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유족 측은 20전투비행단 소속 A상사와 B준위를 각각 직무유기·강요미수 등 혐의로, 1년 전 이 중사를 강제 추행한 다른 부사관 C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각각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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