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나'보다 낫다. 혼자보다 다수일 때 더 지혜롭다는 집단지성의 힘을 나타내는 말로, 공유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터넷 시대의 도래 이후로 집단지성은 우리에게 익숙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여러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누구나 정보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ikipedia)나 대중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지식iN'뿐만 아니라, 기업과 창업 분야에서도 집단지성을 통한 혁신에 관심을 쏟고 있다.
창업 생태계에 종사하며 종종 자기 생각에만 매몰돼 외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창업자들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들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려 하지 않는데, 이는 창업자들이 범할 수 있는 큰 오류이다. 창업자들의 초기 사업 모델은 여러 의견을 수용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거듭하며 혁신으로 나아간다. 똑똑한 천재 한 명보다 평범한 사람 백 명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집단지성의 힘은, 기업의 성과에도 밀접한 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필자가 몸담았던 삼성전자에서 집단지성 시스템을 도입해 혁신적인 성과를 끌어낸 경험을 사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2012년 말, 삼성전자는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차원의 창조적 성과를 창출하고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을 출범했다. 약 10여 년간 운영되며 오늘날 사내 벤처 분야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C랩이 C랩답게 운영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삼성전자 사내 집단지성 시스템 모자이크(MOSAIC)가 1등 공신으로 작용했다. 모자이크를 통해 30만 글로벌 임직원이 C랩 과제로 선정될 아이디어를 상시로 자유롭게 제안하면, 청중평가단 100명의 투표 결과가 최종 과제 선정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과제당 연간 수억 원의 예산 투입을 결정하는 중요한 과정을 임원 주도의 의사결정이 아닌 직급, 직위와 관계없이 선착순으로 구성된 청중평가단에게 왜, 그리고 어떻게 일임할 수 있었을까? 평균 40, 50대인 임원들과 20, 30대인 직원들이 자주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의 숫자를 비교했을 때, 임원들보다 직원들이 월등히 많은 앱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C랩 과제가 상당 부분 앱 분야임을 고려할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보는 안목은 임원보다 다수의 직원이 뛰어날 것이 너무 자명하지 않은가?
집단지성은 수평적 문화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 기존 수직적 분위기의 조직 문화에서는 아이디어가 있더라도 제안하기가 어렵고, 설령 제안하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아 자칫 사장될 수 있다. C랩은 모자이크라는 공개적이고 투명한 아이디어 제안의 장을 통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구성원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선순환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모자이크의 본뜻은 여러 가지 조각을 모아 하나의 큰 그림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하나로 모아 집단지성을 만든다는 의미로 사내 집단지성 시스템을 모자이크라고 명명했다. 아이디어를 기꺼이 개방하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공유와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 그것이 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의 성공 비결이다.
집단지성은 비단 조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집단지성이 강조하는 개방과 협력의 정신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요구된 과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로운 토론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사회적 구조를 버리고, 개인보다는 협업의 과제를 중심으로 의견을 공유하는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협업에 대한 개인과 기관의 기여를 충분히 인정하려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나'보다 '우리'가 낫다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다. 내 생각을 다른 이들에게 개방해 공유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용하며 협력할 때 집단지성의 힘은 발현된다.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개방하고 공유하자. 그것이 아주 작은 아이디어든, 엉뚱한 발상이든 중요치 않다. 그 아이디어는 다양한 배경과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의 협력을 거듭하며 혁신이라는 눈덩이로 커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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