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유가 나오는 나라에서는 왜 석유 가격이 비쌀까요? 정유시설이 없어 유통 비용이 증가되기 때문입니다. 자재 수급력과 함께 가공 능력이 뒷받침돼야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고 있는 하재근 ㈜대영일루션 대표는 기대와 달리, 대뜸 원유 이야기부터 꺼내 들었다. 건설을 원유 산업에 빗댄 이유를 일문일답을 통해 알 수 있었다.
-화석 산업과 부동산 개발업의 연관성이 뭔가?
▶원자재 가공 능력이다. 중동 산유국은 정유시설이 없어 원유를 실어와 울산 정유 공장을 거쳐 재수입하고 있다. 그러는 과정에서 유통과 재공정 비용 등이 증가해 자기들이 수출하는 원유 가격의 몇 배 가격을 지불하고 석유를 수입해 사용한다. 건설산업도 마찬가지다. 각 공정이 나눠져 있어 각 단계마다 유통마진이 붙고 있다. 원자재(땅)가 주택이나 공장으로 완공되기까지 단계별 산업 주체가 달라 효율이 떨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불필요한 유통 마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보편적으로 진행되는 부동산 개발 시스템은 부지매입, 인허가 행정절차, 금융 자금조달, 시공, 분양 등의 프로세스를 갖는다. 그러는 과정에서 각 단계마다 사업 주체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부지매입은 디밸로퍼가, 인허가 관련 업무는 전문 대행 업체 또는 조합이 맡는다. 또 시공은 건설사, 분양은 전문 시행사, 금융은 은행이 각각 담당한다. 한 사업체를 건설하는데 보통 5~6개의 사업 주체가 분업하게 되고 각 사업 주체는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하면서 최종 제품의 가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게 된다.
-당연한 유통 구조 아닌가?
▶개인적 고민은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전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면 원자재 가격에 큰 중간이윤 없이 최종 제품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세운 회사가 ㈜한국민간토지공사이다. 회사는 토지 개발 계획 단계부터 부지 매입, 행정업무, 자금조달, 시공까지 전 과정을 관리·감독한다. 한 회사가 자재 구매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진행해 유통 이윤과 누수 생산 금액을 최소화했다.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닌가?
▶부동산 개발사업 자체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과정이다. 주택을 짓기 위한 토지작업은 단순히 땅을 사들인다는 차원을 넘어 3대 요소인 인허가요건, ,토지가격, 사업일정 등을 기반으로 기획설계, 단지특화, 사업허가, 사업승인 등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문 시공사가 곧바로 사업성과 분양성을 확정하고 사업 시기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하나의 주체가 모든 사항에 관여해야 해야 리스크가 최소화되고 사업 진행 속도도 빨라진다.
-민간 개발업자의 토지작업은 완성도가 떨어져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한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사장된 이야기다. 그동안의 토지작업은 부동산 영역에 사업지 개발이라는 인허가 영역까지 포함하고 있어 시공사 입장에서는 즉시 사업이 가능한 주택지만 골라서 공급해 왔다. 하지만 토지개발에서 인허가까지 전문성을 가진 민간 그룹이 계획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분양사업 시간과 비용이 단축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또 공공택지에서 아파트를 지을 경우 바둑판식으로 획일화된 택지에 건폐율, 용적률 등 통상적 기준을 따를 수 밖에 없는 반면, 민간이 개발할 경우 미개발 자투리 땅까지 용도에 맞게 개발하는 융통성도 발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민간만의 차별화된 아이디어도 녹여낼 수 있어 경쟁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민간 참여를 이토록 강조하는 이유는?
- '미친 집값'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 공급확대에 있어 공공 주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의 공급량 역할이 커진 만큼 시장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아파트 등 주거부문 토지 공급은 LH공사나 지자체 도시공사 등 공공기관 주도의 외곽지 대규모 택지개발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규모 신규택지가 고갈되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재개발, 재건축 시장으로 급변하는 상황에서 원도심 개발이나 도심 정비사업 등으로 부동산 개발의 무게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그 지역 가치를 잘 아는 민간주도의 토지 공급 비중이 높아진 현실이다.
▶그동안의 실적은?
- 지난 3월 동구 신암동에서 '동대구역 골드클래스'를 성공적으로 분양한데 이어 신천동 공동주택 150가구(6월 건축심의 예정), 인근의 희망지구 공동주택 200가구(7월 건축심의 예정), 북구 노원동 공동주택 456가구(8월 건축심의 예정), 남구 대명동 공동주택 602가구, 오피스텔 129실(9월 건축심의 예정), 포항시 남구 상도동 1·2단지 공동주택 3천700가구(12월 건축심의 예정) 등의 토지 공급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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