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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편리한 기술인가, 효율적인 감시 체계인가?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한중섭 지음/ 웨일북 펴냄

다중시설에 들어갈 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QR코드 인증 절차. 매일신문 DB
다중시설에 들어갈 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QR코드 인증 절차. 매일신문 DB

지난해 5월 이태원 클럽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보건당국과 서울시는 이동통신 3사에 약 2주 동안 이태원 일대를 방문한 사람들의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 1만900여 명의 정보가 제공되었고, 당국은 이들에게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 메시지를 보냈다.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이용에 관한 동의를 구하는 일은 생략됐다.

이처럼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꿨다. 변화 중 하나는 비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된 첨단기술과 기술 사용을 옹호하는 정책이다. 다중이용시설에 입장할 때 QR 코드를 인증하거나 안면 인식 체온 측정기에 얼굴을 들이미는 일은 이제 익숙한 일이 되었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얼굴을 가져다 대면서 이런 의문이 든다. 우리는 언제까지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할까? 이러한 기술들은 바이러스가 종식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까? 아니면 우리 곁에 남아 감시와 통제의 도구로 사용될까?

이 책은 팬데믹이 유발한 급격한 디지털 전환이 우리들의 일상, 금융 거래, 지도자 선정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감시 패러다임을 형성하고 있고 그 선봉에는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교묘하게 감시하는 디지털 기업이 있음을 폭로한다. 소설 '1984'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지배자 '빅브라더'의 이름을 빌려 디지털 기업을 '디지털 빅브라더'라 명명한 저자는 급격한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초감시사회의 민낯을 낱낱이 파헤친다. 검색엔진과 SNS로 시작한 디지털 기업이 어떻게 디지털 빅브라더로 변모했고 첨단기술의 발달이 어떻게 이들의 진화를 돕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저자는 디지털 빅브라더에 전지전능한 능력을 부여한 첨단기술에 대해 고발하면서도 디스토피아를 잘 그려낸 '1984', '멋진 신세계' 등의 소설과 '트루먼 쇼', '마이너리티 리포트', '매트릭스' 등의 유명 영화를 끌어와 논지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똑똑한 비서를 자처하며 집 안에서 우리의 일상을 엿듣는 스마트스피커는 '1984' 속 텔레스크린에,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곳곳에 설치된 CCTV와 안면 인식 기기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안면 인식 기술에 빗대는 등 우리가 과소평가하고 있는 기술의 부정성을 실체적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글 말미에 "침묵하며 방관하는 대신 감시를 감시하고 용기 있게 투쟁하게 된다면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디스토피아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래 사회에도 인류가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200쪽,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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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친절한 독재자, 디지털 빅브라더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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