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U '곰표 맥주' 對 GS25 ‘노르디스크 맥주’…편의점 ‘이색 협업’ 전쟁

재미 추구하는 MZ세대 겨냥, 업계 경쟁 심화 속 매출 증가로 이어져
생활화학제품 닮은 꼴 협업 제품 ‘안전성 위협’ 낳아, ‘남혐 논란’ 극복 시도도

편의점 GS25는 10일 북유럽풍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협업해 오비맥주와 함께 만든 노르디스크 맥주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GS25
편의점 GS25는 10일 북유럽풍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협업해 오비맥주와 함께 만든 노르디스크 맥주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GS25

편의점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손님 발길을 모을 수 있는 이색 협업 제품이 잇따르고 있다. 협업 성공 사례로 꼽히는 CU의 '곰표 맥주'를 견제하고자 GS25가 '노르디스크 맥주'를 출시하면서 편의점 간 '곰들의 전쟁'도 벌어졌다.

◆GS25 '노르디스크 맥주' 출시, "곰표 맥주 게섰거라"

편의점 GS25는 10일 북유럽 스타일 인기 아웃도어 브랜드 '노르디스크'와 협업해 '노르디스크 맥주'를 출시했다. 노르디스크 상징색인 베이지색 바탕에 브랜드 상징인 북극곰을 크게 그려넣은 것이 특징이다.

노르디스크 맥주는 오비맥주의 수제 맥주 협업 전문 브랜드인 '코리아 브루어스 콜렉티브'(KBC)가 생산한다. 목넘김이 시원한 라거 타입 수제맥주로, 100% 몰트에 고급 노블홉을 사용했다. GS25 외에 GS수퍼마켓인 GS더프레시에서도 해당 제품을 판매한다.

GS25는 "지난해 6~8월 맥주 매출 데이터에 따르면 라거타입 맥주 구성비가 75%로 높았던 것에 착안해 이번 '노르디스크 맥주' 역시 라거 스타일로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는 GS25가 앞서 CU에서 출시한 '곰표 밀맥주' 인기를 뛰어넘고자 이번 협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CU가 곰표 밀가루 제조사 대한제분과 손잡고 출시한 곰표 맥주는 부드러운 맛과 '레트로' 디자인 영향에 품절 대란까지 일으키며 편의점 수제 맥주 시장에 선전포고를 던진 바 있다.

노르디스크를 선택한 것은 해당 브랜드 상징인 북극곰, 브랜드 특유의 세련된 디자인을 내세웠을 때 경쟁사의 곰표 맥주와 대적하기 좋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노르디스크는 1901년 덴마크에서 설립해 혁신적이고 세련된 제품, 북유럽 특유의 디자인으로 인기를 끄는 아웃도어 브랜드다.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텐트·침낭 등 캠핑용품으로 캠핑 마니아 사이에서는 일찍이 잘 알려져 있었다.

최근 SPC그룹 파리바게뜨도 캠핑족을 겨냥해 2만원권 자사 제품교환권을 포함한 '이지 쿨러백'을 2가지 종류로 출시해 인기몰이한 바 있다. 그만큼 노르디스크가 이미 국내에선 높은 인지도와 선호도를 지녔음을 보여준다.

GS25 관계자는 "차별화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수제맥주를 찾는 고객에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해본 색다른 수제맥주를 선보이고자 오비맥주·노르디스크와 힘을 모아 상품을 출시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CU가 대한제분과 협업해 판매하는 곰표 밀맥주. 연합뉴스
편의점 CU가 대한제분과 협업해 판매하는 곰표 밀맥주. 연합뉴스

◆재미 추구 MZ세대 노려 경쟁 심화…'안전 위협' 부작용도

최근 수년 새 열기를 띠는 편의점 협업 마케팅은 편의점 간의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익숙하면서 재미있는 상품을 내놔 손님을 불러 모으고, 이 같은 유인 상품으로 다른 제품 소비까지 유도하려는 것이다.

편의점들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브랜드나 상품을 조합할수록 재미와 즐거움을 선호하는 MZ세대 이목을 더 끈다"고 설명한다.

실제 이색 상품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CU는 곰표 팝콘, 말표 맥주 등 이색 협업 상품을 2019년 70종에서 지난해 400종으로 늘리면서 당시 매출이 전년 대비 650% 증가했다. GS25가 지난해 10월 대상 청정원과 함께 출시한 '미원맛소금 팝콘'도 한달 만에 30만개 팔렸다.

앞서 편의점 GS25가 내놓은
앞서 편의점 GS25가 내놓은 '모나미매직스파클링' 음료. 포장부터 내용물까지 유성 매직을 그대로 닮게 만들었다. GS25

이런 시도는 때때로 무리한 결과물로 눈총을 사기도 했다.

GS25가 문구 기업 모나미와 함께 출시한 '모나미매직스파클링' 음료는 유성 매직의 외형을 그대로 본 따고, 음료 색도 빨간색, 검은색으로 잉크색을 재현했다.

세븐일레븐도 립스틱, 딱풀 모양 사탕을 출시하면서 외형과 내용물이 실제 제품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CU는 말표 구두약 깡통에 초콜릿을 넣은 상품을 내놨다.

일각에선 이런 생활화학제품 디자인을 본떠 만든 협업 상품들이 아이들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음식이 아닌 실제 유성 매직이나 딱풀, 구두약을 섭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키는 사고는 ▷2017년 1천498건 ▷2018년 1천548건 ▷2019년 1천915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에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색 식품이 소비자 안전을 위협하지 않게끔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식품표시광고법)과 '화장품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남혐논란 만회' 마케팅 강화도…"고객만족 우선시해야"

특히 GS25 경우 최근 2년 간 '대한민국 편의점 브랜드 순위' 최상위를 이어오다 올들어 휘청이다 보니 고객 발길 모으기에 더욱 힘쓰는 모양새다.

이달 초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대한민국 편의점 브랜드 순위'에서 CU가 1위로 올라섰다. 이어 2위 세븐일레븐, 3위 이마트24, 4위 미니스탑, 5위 GS25 순으로 나타났다. GS25는 불과 2개월 만에 1위에서 최저 순위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달 GS25가 '남혐 논란'에 휩싸인 영향이 컸다. GS25에서 내놓은 홍보물에 온라인 급진 페미니즘 커뮤니티가 주로 쓰는 상징과 유사한 디자인이 여럿 삽입됐다는 것이다. 남성 누리꾼을 중심으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면서 점포에 따라 매출이 20% 이상 하락하기도 한 상황이다.

이에 조윤석 GS리테일 사장은 지난달 4일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철저한 경위를 조사하고 사규에 따라 합당한 조치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후 GS리테일은 해당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를 징계하고 마케팅팀장을 다른 부서로 발령했다. 아울러 더욱 개선한 고객 중심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라는 뜻을 내놨다.

유통업계는 적절한 협업으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되, 자칫 소비자 거부감을 불러올 수 있는 협업은 업계 스스로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마케팅에 치중하다 보면 소비자 거부감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편의점, 대형마트가 이종 업계와 협업할 때는 특정 제품을 구매하면 타 업종 제품을 증정하는 '사은품' 형태 협업 마케팅을 주로 실시했다. 그러나 최근 곰표맥주가 성공하자 '소비자 관심을 끌 수만 있다면 어떤 분야와도 협업해야 한다'는 식의 무리한 식음료 협업 마케팅이 종종 나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매출 극대화를 우선시하기보다도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는 재미있는 마케팅을 꾸준히 이어간다면 업계와 소비자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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