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반복되는 듯한 일상 가운데, 우리는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면서 인생을 살아갑니다. 때론 즉각 해결 가능한 일도 있지만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 앞에 놓이기도 하지요. 잔잔한 바다처럼 아무런 일 없이 평온하면 좋겠지만 때론 폭풍우 치는 밤이 찾아올 때도 있습니다.
인생의 크고 작은 문제 앞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요? 질풍노도의 시기로 변화무쌍한 감정을 보여주는 우리 자녀들이 문제 앞에 맞닥뜨릴 때, 스스로를 지키고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문제 앞에 나타나는 우리의 마음 5단계

그림책 '청소기에 갇힌 파리 한 마리(멜라니 와트 지음)'를 소개합니다. 귀엽게 생긴 파리 한 마리가 있습니다. 어느 날 집 안으로 날아 들어온 파리는 집안 곳곳을 여행하듯 자유롭게 날아다닙니다. 그러다 갑자기 청소기 버튼이 작동하면서 청소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지요.
한 줄기 빛도 없는 청소기 안에서 파리는 5단계의 감정 변화를 경험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현실을 부정합니다. 청소기 안도 나름 멋지고 아늑하다며 실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1단계-부정). 현실을 깨닫고 나서는 앞으로 착하게 살겠다는 맹세도 하고 오늘밤에 친구와 약속이 있다며 제발 풀어달라고 청소기한테 편지까지 씁니다(2단계-타협).
그래도 현실이 바뀌지 않자 참을만큼 참았다며 당장 꺼내놓으라고 호통을 치며 청소기를 공격합니다(3단계-분노). 공격을 해도 아무런 변화가 없자 이제 미래도 없다고 절망합니다(4단계-절망). 자포자기한 파리는 항복을 선언하고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정리합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서 가진 것들에 감사하기로 마음 먹습니다(5단계-수용).
바로 그때 청소기가 스르르 움직이더니 마법처럼 한 줄기 빛이 들어옵니다. 그래서 파리는 청소기 밖을 나와 새로운 곳에서 다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슬픔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5단계'입니다. 파리를 주인공 삼아 삶의 커다란 변화에 부딪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의 단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위기, 고난, 불행, 슬픔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극복하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객관화해 볼 수 있을 때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곤 합니다.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 ABC 모델

청소년 시기는 신체 변화만큼이나 감정 기복이 심한 때입니다. 친구와의 관계, 학업(진로) 문제, 학교생활, 이성에 대한 호기심 등 처음 겪는 게 많고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라 자신의 마음조차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혼란스러워합니다.
'알고 싶어, 내 마음의 작동 방식(그웬돌린 스미스 지음)'이라는 심리학 도서는 '불안과 걱정에서 나를 구하는 생각법'이라는 부제를 가졌습니다. 이 책은 우리의 마음이 생각에 따라 움직이기에 '생각이 마음을 움직이는 방식'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비합리적인 신념이나 감정을 알아차린다면 나를 소모시키는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건강한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지요.
ABC 모델을 제시합니다. A(Activating event, 선행 사건)는 우리가 마주한 사건이자 현실, B(Belief system, 신념)는 우리가 가진 믿음의 체계입니다. 우리 내부의 합리적 혹은 비합리적 신념인 B에 따라 A에 대한 해석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C(Consequences, 결과)는 생각의 결과로 나타나는 우리의 반응입니다. 몸의 변화, 감정, 행동, 말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핵심은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고, 해석하느냐'는 B입니다. 어떤 사건을 마주하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부정적이면서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사고에 주의해야 합니다. 현실 그 자체보다는 자신의 내부에서 부정적이고 비이성적으로 증폭되는 사고방식으로 인해 불안이나 우울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어찌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장애물로 가득합니다. 앞서 이야기 나눈 청소기에 갇힌 파리와 같이 답답한 상황을 만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생이 우리에게 무엇을 던지든 그것에 적응하는 법을 배우고 감정의 온전한 주인이 되어 인생이라는 여행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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