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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음악을 이해한다는 것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이철우 대구콘서트하우스 관장

서구에서는 음악 분야나 다른 문화·예술 분야에서 어린 사람들 중 가능성을 가진 신진 예술가가 나타나면 그 고향의 문화단체에서 연주회나 전시회를 열어주는 일들이 흔하다. 독일의 에센이란 도시에서 '후버'라는 유명한 현대음악 작곡가의 문하생으로서 콩쿠르에 입상도 하며 명성을 얻고 있는 20대 초반의 작곡가 한 명이 있었다. 그래서 그 젊은 작곡가의 고향 음악협회에서 그를 초청하여 작곡발표회를 열어주어서 필자도 흥미를 느끼고 그 자리에 동참했었다. 그 연주회장은 동네의 한 루터교회였는데, 40명 정도의 청중이 참석하였다. 음악회는 그야말로 연속적으로 불협화음의 청취를 강요당하는 전자음악 발표회였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부모를 따라온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연주회 중간 휴식 시간에 작곡가와 대담하는 시간이 있었다. 아버지를 따라온 한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는 스스로 음악에 관심은 있지만 아는 바가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질문을 하였다. 장내는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이가 질문을 하니 모두 경청해야 한다"라는 소리도 들렸다. "이런 질문이 가능한지는 알 수 없지만 궁금해서 물어봅니다. 대부분 모르는 이상한 소리들(불협화음들)이 연속되었는데 아주 짧게 흔히 들어 본 소리(장,단3화음)를 들었어요. 이 소리들이 오히려 시끄러운 소리들과 참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설명을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작곡가는 "단순히 음향적 대조를 위해 그 소리들을 선택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후 작곡가는 청중들에게서 "설득력 없는 연관성 즉, 통일성이 무시된 대조가 과연 예술적인가?"라는 반문을 받았다. 그 아이의 입장에 동조하는 청중들의 연관된 질문들 때문에 작곡가는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날 발표된 음악들은 상당한 작곡가로서의 활동 역량을 보여준 작품들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 아니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그 어린 초등학생을 비롯한 음악애호가들의 음악에 대한 이해력이었다. 그들은 음악의 음표를 몰라도 어떤 형태의 음악이든지 예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듯하였다.

그것은 어떤 예술의 장르이든지 자신의 지식이나 관심 있는 분야와의 연관성을 통해 음악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들의 예술교육의 특이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악을 미술이나 문학으로 또는 철학이나 심리학적 이야기로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의 제공은 물론이고, 칭찬과 격려를 통해 창의성에 자신감을 주는 교육 때문이다.

실제로 그들은 중등교육 과정에서 음표를 몰라도 음악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하고 있으며, 음악을 전공하기 위해 교육과정에 있는 학생들에게까지 유익을 주는 수준 높은 다양한 교육 방법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래서 필자로서는 음악교육 현장이 제공하고 있는 상식의 폭을 넓혀주는 통합교육이 부러웠다. 그들에게 있어서 음악을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을 이해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월터 피터가 쓴 글 중에 "모든 예술은 음악의 상태를 동경한다"라는 말이 있다. 음악은 그 자체가 늘 추상적이기 때문에 그러한 상태에 대한 동경을 설명하는 듯하다. 그들은 그 추상을 현상으로 이해하는 학습을 통해 문화선진국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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