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평택항에서 작업 중 숨진 고 이선호 씨 사건 및 9명의 목숨을 앗아간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해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나 안전관리 책임자 등의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매일신문이 최근 5년(2016~2020년) 간 작업 중 근로자가 사망해 사업주 등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대구지법에서 재판을 받은 사건의 확정 판결문 29건(1심 기준)을 분석한 결과, 이 중 96%(28건)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됐다.
◆재래식 재해 '추락사' 여전
판결문에서 확인한 산업재해의 상당수는 안전장치만 제대로 갖추면 사고를 쉽게 예방할 수 있어 이른바 '재래식 재해'로 불리는 추락사가 12건(41%)으로 가장 빈번한 사고 원인으로 집계됐다.
2018년 7월 대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A씨는 거푸집 동바리(콘크리트 하중을 지지하기 위해 설치하는 건축 부재) 조립 작업이 진행 중인 곳을 지나가던 중 고정되지 않은 작업 발판을 밟아 5m가 넘는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당시 작업 현장에서는 관계자가 아닌 근로자의 출입을 금지시키거나, 작업 발판 재료가 뒤집히지 않도록 둘 이상의 지지물에 연결하거나 고정시켜야 하는 등의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은 업체 관계자들이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종합해 업체 대표에게 벌금 400만원, 현장 소장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2016년 5월 대구의 한 건물 신축 공사 현장에서는 근로자 B씨가 작업 중 바닥에 개구부(開口部, 바닥 등에 있는 트인 부분)가 있는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4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거푸집 인양 작업이 이뤄지고 있던 사고 현장 인근 개구부에는 안전난간이나 울타리, 덮개 등이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해당 업체 대표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근로자 깔려 죽어도 '집유'
일용직 근로자 C씨는 지난해 4월 경북 칠곡 한 벽돌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이동하는 벽돌 적재물을 공업용 끈으로 묶는 작업을 하던 중 참변을 당했다. 컨베이어 벨트 센서 오작동으로 적재물이 C씨 앞에서 정지하지 않은 채 이동했고, 그의 몸통 부위를 그대로 압착했다. 당시 총중량 1천850㎏의 벽돌이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던 중이었다.
재판부는 업체 대표가 유족과 원만히 합의했고, 동종 전과나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다는 점을 들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노동계는 작업장에서 안전 사고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지워야 산업재해가 근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은정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상담국장은 "산업재해 발생이 사업장의 작업 환경 자체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근로자 개인이 부주의했기에 일어났다는 인식이 여전히 많다"며 "산업재해의 근본 원인은 작업 환경이고, 이를 개선해야 하는 책임은 사업주에게 있다는 게 분명해져야 작업 중 사고로 사망하는 근로자들의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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