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잊혀지지 않는 말을 찾는 방법

어른이 가장 무서워하는 말은 어떤 것일까? 아이들이 하는 말이 그렇다. 아무런 틀이 없는 순수한 마음에서 던지는 말이 가장 무섭다. 그것에 착안해서 만든 광고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어른이 가장 무서워하는 말은 어떤 것일까? 아이들이 하는 말이 그렇다. 아무런 틀이 없는 순수한 마음에서 던지는 말이 가장 무섭다. 그것에 착안해서 만든 광고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항상 자극적인 말을 찾는다. 착하게 말하면 사람들은 외면한다. 늘 무서운 말을 찾는다. 부드럽게 말하면 기억에서 잊혀진다. 광고인은 늘 말과 씨름한다. 더 좋은 말, 더 강한 말, 더 기억될만한 말을 찾는다. 그 말을 찾으면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렇지 않으면 광고를 만드는 내내 고생하게 된다.

"추돌 사고가 잦은 곳이 있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경찰청에서 의뢰가 들어왔다.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예방 광고를 설치하고 싶다는 것이다. '저 지하차도 위에 무엇을 둘까?' 고민했다. 찌그러진 차를 둘까? 가족의 영정 사진을 둘까? 나는 더 강한 그림과 글을 찾기에 집중했다.

나는 광고를 만들 때 경험에 의지하는 편이다. 나의 경험, 내가 느낀 것, 내가 충격받은 것을 돌아본다. 그러던 중 기억난 것이 아들의 한 마디였다. 내가 운전을 하다 조금이라도 과속을 하면 아들은 여지없이 내게 말했다. "아빠. 나도 아빠처럼 운전할 거야" 그 말이 그렇게 무서울 수 없었다. 차라리 과속 위반 카메라에 걸리는 것이 나았다. 차라리 벌금을 내는 것이 더 나았다. 아들의 그 한마디는 벌금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한 마디였다.

광고판 속에 그 말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나도 이렇게 운전할래요" 여성 운전자도 있으니 아빠라는 단어는 빼버렸다. 문장은 찾았지만, 이미지가 문제였다. 나도 이렇게 운전하겠다는 말을 어디에서 하면 좋을까? 그렇게 생각 난 것이 아파트 베란다였다. 지하차도 위에 베란다 하나를 때 와서 두면 마치 아이가 내려다보는 이미지가 성립되었다.

좋은 광고를 만들고 싶다면 아이를 바라보아라. 그들의 눈의 우주와 같다. 무한한 아이디어를 품고 있는 존재들이다. 사진: pixabay
좋은 광고를 만들고 싶다면 아이를 바라보아라. 그들의 눈의 우주와 같다. 무한한 아이디어를 품고 있는 존재들이다. 사진: pixabay

우여곡절 끝에 이 조형물은 설치되었다. 공사를 마치자마자 내가 차를 끌고 도청교 지하차도로 내려가 봤다. 나의 아들이 내게 한 그 말이 살아 있었다. 내게 '아빠처럼 운전할 거야'라고 섬찟하게 한 말 그대로 말이다.

아이를 보고 있자면 난 우주가 생각난다. 너무 작고 여린 존재지만 그 속에는 우주의 무한함을 담고 있다. 그래서 한 번씩 어른이 예상하지 못한다는 말을 던져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세상의 규칙과 생각의 틀이 없는 상황에서는 '저런 말을 할 수 있구나' 놀랍기까지 하다. 그것이 나의 광고 속에 아이들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광고를 만들고 싶다면 아이에게 배우라. 아이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삶에 관여하라. 학습하고 지식을 쌓은 어른들이 상상하지 못하는 특별함을 배울 수 있다.

'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의 저자㈜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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