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가는 길 - 김만옥
앞에서 하는 말만 듣고 살았습니다
앞에서 하는 말만 들어도 이렇게 힘든데
뒤에서 하는 말은 얼마나 아팠을까요
저 나무 저리도 굽어진 이유가
들을 수 없는 말을 듣기 위해 생을 구부린 걸까요
힘든 말 견디느라 세월 따라 구부려진 걸까요
나에게 가장 먼 곳은 등 뒤였지요
늘 함께한다 생각했지만
언제나 몇 보 혹은 서너 걸음 뒤쳐져왔다는 것을
어긋난 이빨 사이로 새어나오는
색깔 있는 말들을 받아먹으며 알았어요
살면서 또 나를
가장 낯설게 하는 것은 거울이었어요
틈만 나면 바라보면서도
유리 밑에 깔린 미소는 찾아보지 못했으니까요
거울을 뚫을 수 있는 말은 없더라구요
거짓도 진실도 아닌 현실
그 현실의 벽에 매번 반사되고 말았으니
거울 속에 있는 난 외톨이가 될 수밖에요
거울도 등 뒤는 비춰보지 못하더라구요
말이란 생을 조곤조곤 되짚어 가는 일인데도
말(言)이 가는 길에는 곧잘 피멍이 들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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