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이 보고 싶어요. 저희 아버지의 형제는 10남매입니다. 10남매 중 제일 먼저 돌아가신 분이 아홉 번째인 삼촌 박수진입니다.
삼촌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꿈꾸는 교회'의 박수진 담임목사였다. 삼촌은 평소 "아이들은 미래이고, 미래를 위해선 비전을 갖고 아이들에게 배움을 줘야 한다"는 믿음을 가진 호인이었다. 특히 삼촌은 재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외국에 보내 영어를 배울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 필리핀 현지를 답사하고 준비하던 중 삼촌 내외는 불의의 사고로 생을 달리했다.
머나먼 이국땅의 한 도로에서 갑작스럽게 당한 사고. 왜! 왜! 왜! 라는 질문과 억울함이 밀물처럼 밀려옴은 어쩔 수 없었다. 장례식 때 형제 중 첫째인 저희 아버지의 말씀이 생각이 난다. 아버지는 "박수진 목사가 제일 밑에서 둘째인데 박 목사는 하나님이 사랑하셔서 또한 박 목사가 하나님께 가장 순종하고 헌신했다. 하나님 마음에 합당하여서 세상에서 다 이뤘기 때문에 1등으로 부르셨다"고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스스로가 1등으로 가지 못해 서운하다며 부끄러운 형님이지만 남은 인생 하나님께 헌신하고 부끄럽지 않은 생을 살겠노라 약속하셨다. 꼭 동생을 따라 2등으로 가겠노라는 말에 나도 고개가 숙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나의 기억에도 삼촌은 법이 없어도 살 수 있는 바른 사람이었다. 물건이 생기면 가난하고 불쌍한 이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사람이었다. 세상에 착하고 어진 사람은 먼저 죽는다는 생각을 그때 했었던 것 같다.
호인인 삼촌을 나에게도 인간성 좋고, 유모 감각이 있는 재밌는 사람이었다. 우리 지혁이는 인간성이 좋고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다고 자랑스러워하였고, 그런 삼촌을 잘 따르는 나를 대견스러워했다. 또한, 어렵게 서울에서 공부하면서 조그마한 교회의 전도사로 있으면서도 나한테는 정말 통 큰 삼촌으로 시골에 내려 올 때마다 넉넉히 용돈을 주셨다.
특히 조카 중 유독 나를 예뻐하면서 내가 화난 모습이 너무 귀엽다고 항상 나를 약 올리며 놀리던 기억이 난다. 나를 볼 때마다 장난을 치면서 항상 웃음이 가득한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삼촌 이제 하늘나라로 간 지 13년이 다 되어 가네요. 너무 시간이 오래된 거 같고 내가 삼촌을 잊어버릴 것 같아서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싫어요. 삼촌이 필리핀에서 사고로 떠난 것이 우리 아버지 생신 전날이었는데, 그래서 타지에 있던 누나도 집으로 내려와 함께 있었는데, 삼촌 사고 소식을 누나랑 같이 듣고 둘이서 얼마나 울었는지... 필리핀에서 삼촌의 시신을 수습해서 오고 장례식을 치르러 가서도 믿기도 싫은 현실이였어요. 지금도 제일 후회되는 건 발인 날 못 따라간 거예요. 그래도 지금 삼촌 묘지는 제가 잔디 깎고, 풀을 뽑으면서 열심히 관리하고 있으니까 섭섭해하지는 마세요.
정말 많이 보고 싶네요 언제나 가면은 웃어줄 거 같은데... 이제 조카인 저도 삼촌만큼 좋은 사람은 되지 못했지만,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면서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과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을 도와 가면서 나름 보람된 일을 하고 있어요.
사랑하는 삼촌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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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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