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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의 시시각각] <58> 아름다운 상생, 맹종죽과 노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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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고창군 고창읍성 내 맹종죽림. 밑동 지름이 15cm가 넘는 맹종죽과 아름드리 큰 노송이 생존 경쟁을 벌이듯 이리 틀고 저리 휘며 자라고 있다. 읍성 관계자는
전북 고창군 고창읍성 내 맹종죽림. 밑동 지름이 15cm가 넘는 맹종죽과 아름드리 큰 노송이 생존 경쟁을 벌이듯 이리 틀고 저리 휘며 자라고 있다. 읍성 관계자는 "소나무와 대나무가 함께 어울려 자라는 모습을 보려 전국에서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전북 고창군 고창읍성 맹종죽림.

우후죽순 쭉쭉 뻗어 바람마저 숨죽인 대숲에

노송 한 그루가 힘겹게 버티고 섰습니다.

생명의 빛을 찾아 이리 틀고 저리 감아,

올려다 본 머리가 젖히도록 기어올랐습니다.

1453년, 조선 단종 때 축성했다는 성내에

1938년, 사찰이 들어서며 심었다는 맹종죽.

수백 년 솔숲에 굴러온 죽(竹)은 그야말로 파죽지세

터줏대감 자릴 넘보자 노송도 사활을 걸었습니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

죽이 하늘을 덮자 솔은 기린같이 목을 뽑았습니다.

솔이 앞길을 막자 천하의 대쪽도 허리를 굽혔습니다.

생존 경쟁은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습니다.

윤선도도 인정한 변치 않는 다섯 중 둘.

사철 푸르기는 송도, 죽도 도긴개긴입니다.

곧기로 치면 솔은 대를 따라올 수 없다 하니

본성이 풀인데 나무 행세 하냐며

솔은 대꾸도 않습니다.

대밭에 왠 솔이냐며 누군가 밑동을 그었지만

거북등을 한 노송은 꿈쩍도 않았습니다.

너처럼 곧게 살겠다며 이름 새긴 칼자국이 깊은데

통이 큰 맹종죽은 아픈 척도 않았습니다.

사방을 빼곡히 포위한 죽림에,

이에 질세라 솔이 내뿜는 살생물질 정유(테르펜)에,

뒤엉킨 둘 중 하나는 쓰러질 줄 알았습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발 디딜 땅이 비좁다고 탓하지 않았습니다.

볕을 쬘 하늘을 가렸다고 원망도 않았습니다.

본성이 다르다고 왕따도,갈라치기도 없었습니다.

휘고 뒤틀린건 양보, 배려, 타협이였습니다.

저렇게 치열하지만 한줌 해빛도 나눠 가졌습니다.

하나가 아니라 둘 다 살았습니다.

비좁은 언덕배기에 뒤엉켜 살지만

상생이 뭔지 몸으로 일깨우는 맹종죽과 노송입니다.

소나무 옆으로 휘어 자라는 맹종죽.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소나무 옆으로 휘어 자라는 맹종죽.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밑동 지름이 스마트폰 크기와 맞먹는 고창읍성 맹종죽.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밑동 지름이 스마트폰 크기와 맞먹는 고창읍성 맹종죽.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나무 곳곳에 방문객들이 이름 등 글씨를 새긴 흔적.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대나무 곳곳에 방문객들이 이름 등 글씨를 새긴 흔적.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휘어진 노송 사이로 자란 맹종죽.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휘어진 노송 사이로 자란 맹종죽.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키 높은 맹종죽림 사이로 낸 산책로. 대숲이 우거져 햇빛은 거의 들지않는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키 높은 맹종죽림 사이로 낸 산책로. 대숲이 우거져 햇빛은 거의 들지않는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고창읍성 내 맹종죽림 주위로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고창읍성 내 맹종죽림 주위로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김태형 선임기자 th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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