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10시 50분쯤 경북 경산시 대평동의 1층짜리 정육점에서 천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명이 중·경상을 입었으나 사망으로 이어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는 재빨리 사람들을 대피하게 한 숨은 의인 덕분이다.
주인공은 대구시 공무원인 김민성(46) 주무관. 시 녹색환경국 수질개선과에 근무하는 김 주무관은 당시 천장의 균열을 발견하고 소리쳐 사람들을 피하도록 도왔다. 조금만 늦었어도 피해가 커질 수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날 오전 10시쯤 김 주무관은 모친과 함께 자주 가던 이곳 정육점을 방문했다. 앞서 들어온 손님들이 많아 '114번'이라고 쓰여진 번호표를 뽑고 난 뒤, 대기석 뒤편에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20분 정도가 흘렀을까. '쾅'하는 굉음과 동시에 천장이 한 차례 출렁거렸다. 김 주무관이 위로 올려다본 천장에는 새끼손가락 세 마디 크기의 균열이 가 있었다.
김 주무관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 끝에 직원에게 "천장에서 큰소리가 났다. 여기 2층이 있느냐"라고 묻자, 직원은 "2층이 없다"고 답했다. 김 주무관은 다시 모친이 있는 대기석 뒤편으로 돌아가 균열이 발생했던 천장을 다시 올려다봤다. 손가락 세 마디 크기의 균열은 어느덧 손바닥 정도의 크기로 넓어졌고, 불룩하게 내려오기까지 했다.
김 주무관은 몇 분도 안 되는 사이 천장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무너질 조짐이 보인다고 판단, 이때부터 눈앞에 보이는 손님들을 향해 "지금 나가야 됩니다!"라고 목 놓아 소리쳤다. 이에 손님들이 몰려나갔고, 김 주무관은 손님들을 대피시킨 후 뒤따라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입구에 다다르기도 전에 천장은 3번의 굉음을 내면서 김 주무관을 덮쳤다.
천장 낙하물에 머리를 맞은 김 주무관은 다리를 심하게 접질리면서 왼쪽 무릎과 발목의 뼈가 부러졌다. 머리에는 출혈이 발생했고, 왼쪽 다리는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통증을 느꼈다. 일어날 수가 없다고 판단한 그는 내려앉은 낙하물들 사이로 기어서 나왔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돼 현재 치료 중이다.
자칫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이 사고는 김 주무관의 기지로 20명이나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김 주무관은 천장의 붕괴 조짐을 남들보다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재난안전과에서의 근무 경험이라고 전했다. 김 주무관은 "공무원 첫 업무가 재난안전과였고, 현재 근무하고 있는 수질개선과에서도 하수처리장 안전점검을 1년 가까이 맡았다. 이전에 안전관리를 맡았던 경험들을 토대로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화로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김 주무관은 수차례 사람들이 크게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고 반복했다. 김민성 주무관은 "천장에 무너질 것 같은 상황에선 사람들부터 내보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면서 "사고 현장에는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도 많았는데, 그분들이 다쳤으면 회복도 더디고 큰일 날 뻔했다. 시민들에게 도움이 됐다는 생각에 내심 기쁘고, 무엇보다 사망자가 없어 다행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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