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정선(1676-1759), ‘독서여가(讀書餘暇)’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미술사 연구자

비단에 채색, 16.8×24㎝,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비단에 채색, 16.8×24㎝,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평소 모습과 그의 생활환경을 보여주는 드문 그림이다. 아기자기한 채색화여서 더욱 보는 재미가 있다. 묘사가 구체적인 것은 당시 실존 인물과 그의 공간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일 것 같다. 지붕은 초가를 이었는데 기둥은 목리가 선명하게 드러난 사각으로 켠 목재이다. 고급(高級) 기둥으로 보면 기와 대신 일부러 짚을 올린 운치있는 초당(草堂)인 것 같다.

문 밖에는 천연 방향제인 향나무 한 그루가 있고 벽은 종이를 발라 하얗다. 벽과 인물, 화분 등 흰색 안료가 들어간 부분에 변색이 일부 일어나 검은 얼룩이 생긴 것은 좀 아쉽지만 감안하고 보면 큰 문제는 아니다. 자세히 보면 마당의 백자 화분에 청화로 그려 넣은 문양도 다 보인다.

오른쪽 벽의 문은 두 짝의 여닫이 당길문으로 가로 살이 상중하 세 곳에 있는 소박한 띠살문이다. 창호지를 바른 문 중앙에 동그란 무쇠 문고리가 달렸고, 쪽물들인 종이를 국화꽃 모양으로 오려붙인 것까지 볼 수 있게 된 것은 화가의 관찰력과 묘사력 덕분이다. 문고리를 둘러싼 이 종이 국화꽃은 장식도 하고 내구성도 높이고 손때 자국도 가리는 다목적이다. 넓적하고 두툼한 송판 두 장으로 툇마루를 깐 것도 이 집이 격조있는 건축물임을 알려준다. 마루 아래에는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화사한 신발이 있다.

방 안에는 하늘색 무늬 비단을 바른 책장이 놓여있고, 책장 문 안쪽에는 맞춤하게 주문 제작한 그림을 붙여 놓았다. 길쭉한 이층 책장의 문 크기에 어울리는 폭포와 키 큰 노송을 그린 산수화이다. 책장 안에는 포갑된 화본(華本)이 4질, 한적(韓籍)이 한 질, 두루마리가 2개이고 노란 병 하나와 촛대도 보인다. 방바닥은 구들을 놓은 온돌이 아니고 갈대나 부들 같은 식물 줄기를 엮어 짠 삿자리이다.

주인공은 중치막에 사방관을 쓴 편안한 차림으로 어주도(魚舟圖)가 그려진 합죽선을 펼쳐든 채 한 손으로 마루를 짚은 편안한 자세로 화분의 작약을 바라보고 있어 계절은 여름이다. 그림 속 그림이 책장문과 부채 두 군데나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쪽으로 취미가 많은 분임을 알 수 있다.

지붕의 짚을 나타낸 반복적인 선과 삿자리의 꼼꼼한 붓질, 향나무의 점법과 송판의 무늬, 책장과 화분의 문양 등 정성들인 그림이다. 조촐하게 멋부린 이 운치있는 초당의 주인은 과연 누구였을까. 겸재 정선에게 그림을 주문했던 애호가 중 한 분 일 것 같다. 정선이 자신의 모습을 그렸다는 설도 있다. 33점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2권의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 중 상권 첫째 폭이다.

미술사 연구자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김대현 대구 서구청장 예비후보가 21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 활동에 들어갔다. 이날 행사에는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
올해로 개점 10년을 맞은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은 전층 재단장 작업을 본격화하며 대구경북 지역의 '랜드마크'로 입지를 강화하고 연간 거래액 2...
엄여인 사건은 피고인 엄모 씨가 약물을 사용해 남편과 가족을 무력화한 후 보험금을 노린 계획범죄로, 2002년 남편이 사망한 사건을 시작으로...
미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10%의 새로운 관세를 전 세계에 부과하는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