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0년 전. 칼럼을 통해 박정희 공항의 필요성을 강조했었다. 당시 동남권 신공항 재유치를 둘러싸고 대구경북 등 4개 시도와 부산이 갈등을 빚고 있던 터라 지역 간 갈등을 미리 방지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업적을 기리고 지역의 자부심을 세계에 알리려면 이름을 '박정희' 공항으로 정하는 게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지역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여기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권을 거머쥔 후 '딴소리'를 하지 않도록 하자는 정치적 계산도 깔렸었다. 때마침 대선을 앞둔 상황이어서 전국적인 관심 사항으로 떠올랐다. 아쉽게도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되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10년 만에 박정희공항이 재등장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들고 나왔다. 최근 대구를 방문한 그는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이름 짓고, 특별법을 통과시켜 예산도 지원하고, 규제도 완화하는 등 중앙정부 주도로 신공항을 만들겠다고 했다. 지역의 주요 도심 어디서나 신공항까지 30분 안에 들어갈 수 있도록 공항 고속철을 만들고, 직통 고속도로를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펼쳐보였다. 김대중·김영삼 공항까지 들고 나왔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김영삼 공항'으로, 호남 무안 신공항은 '김대중 공항'으로 명명해 4대 관문공항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표를 얻겠다는 전략일 수도 있지만, 해당 지역민들을 잠시나마 설레게 한 것은 분명하다.
미국 뉴욕의 케네디 공항, 워싱턴 DC의 레이건 공항, 프랑스 드골 공항,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처럼 세계적으로 뛰어난 공항들이 자국이 자랑하는 인물의 명칭을 붙이고 있다. 자국을 대표하는 위인들의 이름을 사용해 이들의 업적과 치적을 기리는 한편 자국의 자부심을 한껏 높이고 대외적 홍보 효과를 노리기 위한 '네이밍 전략'의 하나다. 우리 지역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흔적이 많이 배어 있는 만큼 이전할 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이름 붙인다면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고 나아가 관광자원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8일 개관한 '박정희 대통령역사자료관'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박정희 공항이라는 명칭에 대해 모든 지역이 수긍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통합 신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어떤 이름을 붙여야 공항이 활성화될 것인가?' 하는 행복한 고민에 잠시 빠져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일 수도 있다.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 사업을 둘러싼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으면서 사업 추진이 안갯속인 상황에서는 말이다. 정부가 신공항을 '거점공항'으로 명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정작 신공항이 들어서는 경북 군위군은 '대구 편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공항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도 있다.'라고 맞서고 있다. 군위군 통합 신공항추진위원회는 28일부터 연내 군위의 대구 편입을 촉구하는 '1만 명 군위군민 서명운동'을 시작하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박정희 공항'의 탄생이 또다시 물 건너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한참 신바람을 내는 '가덕도' 신공항 이웃 주민들과는 달리 지역민들로서는 답답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두 번의 신공항 추진 실패와 '가덕도의 배신(?)'을 곱씹지 않더라도 해당 자치단체 간의 배려와 양보,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적어도 뒤늦게 시작한 '가덕도 신공항'보다는 먼저 하늘길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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