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동구민 10명 중 7명 "진학 위해 이사 고려"

'중·고교 신설' 목소리 점점 커져…다른 區 고교 진학 비율 최고
구의원 "교육 격차 해소 필요"…교육청 "인구 감소로 어려워"

대구 동구 신아중학교 학생들이 교내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매일신문DB
대구 동구 신아중학교 학생들이 교내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매일신문DB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 둘을 키우는 학부모 A(42) 씨는 지난해 큰 딸 진학을 앞두고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수성구 만촌동으로 이사했다. 동구 신천동에 사는 여학생들은 인근에 마땅한 중학교가 없어 중구에 있는 사대부중이나 계성중에 배치된다.

A씨는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시내버스를 타고 등·하교하는 게 아이들에게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존에 살던 집은 전세를 주고 대출을 받아 중학교 인근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최근 동구의회를 중심으로 중·고교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매일신문 20일 자 1면)가 커지는 가운데 A씨 처럼 중학생 자녀를 둔 동구 주민 10명 중 7명은 학교 때문에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21일 대구 동구의회가 실시한 '통학실태 및 교육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구 주민의 55.0%가 교육 환경 때문에 전학 및 이사를 고려했다고 답했다.

중학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전학 및 이사를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은 68.8%, 초등학생 자녀 가정은 55.1%, 고등학생 자녀 가정은 51.0% 순이었다.

이번 여론조사는 동구 거주자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13~16일 이뤄졌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4.38%p이다.

이사를 고려하는 이유로는 거주지 인근 학교 부족과 더 나은 생활·교육환경(각 16건)을 언급한 응답자가 많았다. 그다음으로 면학 분위기 및 학업 수준(13건), 학원 부족(11건), 불편한 통학(8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표연구자인 신효철 구의원은 "동구 지역은 다른 구로 진학하는 학생 비율이 8개 구·군 가운데 가장 높다"며 "지역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중·고교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교 신설에 대해 교육 당국은 불가능하다는 반응이다. 학생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택지개발지가 아닌 도심에 새로운 학교가 지어진 사례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가장 최근 교육부로부터 건립 승인을 받은 중학교는 연경지구에 있는 팔공중(동구 지묘동·2019년)이었고, 그 이전은 2015년 구지중(달성군 구지면)과 서동중(달성군 다사읍)이다. 고등학교는 2014년 승인을 받은 비슬고(달성군 현풍면)가 가장 최근 승인을 받은 일반 고교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보유한 교실과 늘어날 학생을 고려해서 신축이나 증축을 하는데, 동구에 있는 13개 중학교에는 실제 정원(2천65명)보다 많은 여유 교실(2천856명)이 있어서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2천558명)을 모두 수용하고도 남는다"며 "동구 지역의 주택개발사업으로 학생 수가 일부 증가할 수 있으나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신설은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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