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윤석열을 선택한 TK의 미래에 대한 단상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최종 대선 주자가 된 것은 대구경북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어서다. 대구경북은 왜 윤석열을 선택했을까. 윤석열을 선택한 대구경북이 가질 만족감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전에 일단 이미 공표돼 있는 선거 결과표부터 들여다보자. 윤석열은 여론조사에서 11%포인트가량 졌지만 당심에서 23%포인트를 이겼다. 당원들의 선택 덕분이다.

국민의힘 당원 비중은 지난 6월 당대표 선출 전후로 갈라진다. 이준석 대표 체제 이전 전체 당원에서 대구경북 비중은 33%로 전국 최고 수준.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때 수도권을 중심으로 젊은 층이 크게 증가한 바람에 비중은 낮아졌지만 21%대로 수도권 다음이다.

50대 이상 중년층보다는 20, 30대 청년층에서 홍준표에 대한 지지가 더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윤석열이 된 건 대구경북 기성 당원들의 쏠림 지지 덕분이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반전이 거듭되던 것과 달리 대구경북에선 당심이나 민심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

대구경북의 이런 선택은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윤석열이 후보가 되어야만 정권교체가 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정권교체가 되면 대구경북은 무엇이 좋아질까. 대다수 지역민들 눈에 꼴도 보기 싫은 진보좌파 정권을 대체해서 들어선 보수우파 정권은 대구경북에 무한 애정을 쏟아줄까.

특정 지역에 대한 정치권의 구애는 그 지역이 내 편일지, 남의 편일지 아리송할 때 극대화된다. 확실한 집토끼보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산토끼를 위해 예산과 정책을 쏟아붓는다.

현 정권을 배출한 부산울산경남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PK 광역단체장 3곳을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거머쥐었다. 오거돈 시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치러진 지난 3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시장 소속 정당이 국민의힘으로 바뀌었다.

그러다 보니 여야 모두에게 PK는 무지 공을 들여야 할 곳으로 변모했다. 이런 까닭에 부산은 이명박 박근혜 두 정권을 거치면서도 불가능했던 가덕도 신공항을 품에 안았다. 가덕신공항 성사에는 집권 민주당보다 오히려 국민의힘이 더 적극적이었다.

윤석열을 최종 후보로 만드는 데 결정적이었던 대구경북은 역설적이게도 이번 대선판에서의 역할이 아주 작아 보인다. 국민의힘에 대한 표 쏠림 현상이 심한 이곳에 민주당은 물론 국민의힘도 별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이준석 대표도 사석에서 국민의힘의 당력이 집중돼야 할 곳은 부산경남이라고 말한 바 있다. 수도권은 여전히 격전지로서 힘을 쏟아야 할 곳이지만 승부처는 부산경남이라는 것.

대구경북민들의 정치적 성향이 하루아침에 형성된 것이 아니듯 이게 가까운 시일 내에 변할 가능성 역시 거의 없다. PK나 충청권과 달리 앞으로도 상당 기간 전략적 선택에 의한 투표를 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정 정당 선호가 바뀌기 어렵다면 방법은 대구경북에 무한 애정을 가진 지역 출신 정치인을 대선 후보로 키우고,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 하지만 이번에는 가능성 자체가 없다. 그게 아니면 선출된 대선 후보 캠프를 좌지우지할 만한 역량을 가진 인물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윤 캠프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지역민들의 염원대로 정권교체가 이뤄졌을 때 윤석열 후보 확정 최대 공헌 지역인 TK의 권익은 누가 챙길 것인가. 윤석열 정부의 시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상상하기 싫지만 정권교체가 불발되면 지금처럼 불만을 곱씹을 수밖에. 이게 참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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