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어디야" 스토커에 살해당한 효녀딸…엄마 연락에 끝내 대답 못해

SBS보도화면 캡처

데이트폭력 피해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하고 도주한 30대 남성이 하루 만에 경찰에 붙잡혀 20일 오후 서울 중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부경찰서는 이날 낮 12시 40분께 신변보호 대상이었던 30대 여성 A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A씨의 전 남자친구인 30대 B씨를 대구 소재 숙박업소에서 검거했다. 연합뉴스

전 남자친구에 1년간 스토킹을 당하다 살해당한 30대 여성 A씨가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에 부모님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됐다.

지난 20일 A씨의 가족은 SBS에 가족들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공개했다. A씨는 멀리 살던 부모님에게 한약을 지어주려 현금 카드를 보냈고 어머니는 사건 당일인 19일 카드를 받았다.

어머니는 대화방에서 "OO야, 카드 잘 받았어. 엄마, 아빠, 한약 먹고 건강할게. 고마워"라고 했고 A씨는 "홧팅, 영수증 보내주세요"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후 어머니는 A씨에게 "OO야, 어디야"라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A씨는 어머니의 메시지에 답을 할 수 없었다. A씨 어머니는 "우리 집은 끝났다. 이게 말이 되냐. 행복한 가정이 파괴됐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전 남자친구 B씨에게 1년 넘게 스토킹과 협박을 당하고 있었지만, 괜한 걱정을 끼칠까봐 가족에게는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어머니는 "그렇게 꾸준히, 1년 넘게 협박을 당하고 있는 줄 좀 전에 처음 들었다"라며 "엄마 아빠 걱정한다고 저희한테 말을 안하고, 스마트 워치 하나 믿고 말을 안 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앞서 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A씨가 머리 부위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으며, 얼굴 부위에는 흉기에 찔린 듯한 상처가 있었다.

A씨는 스토킹 신변보호 대상자로, 지급받은 스마트워치로 경찰에 두 차례 긴급 호출해 경찰이 첫 신고 후 12분 후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변을 당한 뒤였다.

A씨가 이날 오전 11시 29분 스마트워치로 첫 번째 긴급 호출을 했을 당시 경찰은 3분 뒤 사건 발생 장소에서 500m 가량 떨어진 명동 일대에 도착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 당시 스마트 워치가 작동했지만 시스템 상의 문제로 와이파이, GPS 신호 등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B씨는 경찰이 도착하기 전 사건 현장을 벗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대구까지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20일 오후 12시 40분쯤 대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살인 혐의로 전 남자친구 B씨를 검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