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내 시(市) 단위 지자체들마다 내년도 살림살이 예산이 1조 원 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시세 6위인 영주시의 내년도 예산 성적표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초라하다 못해 빈곤하기까지 하다. 도내 10개 시 단위 자치단체 가운데 단연 꼴찌다.
그런데도 영주시는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 반성과 대안 제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매일신문 보도(11월 26일 자 2면) 이후 장욱현 영주시장 밴드에는 2022년 영주시 예산 규모가 작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글이 올라왔다.
한마디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소리다. 시민들을 두 번 속이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올린다'는 제목의 이 글은 영주시 관계자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글을 작성해서 각종 밴드에 퍼 날랐다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높다. 선관위도 한번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장문의 글은 도통 이해하지 못할 말들로 도배되어 있다. 당연히 기사를 쓴 기자도 이해를 못 할 정도다. 그냥 대충 덮고 넘어가자는 식이다. 시민들이 그리 어리석지는 않을 것이다. 오죽하면 이 글을 기자에게 토스했을까.
이 관계자는 "영주시는 본예산의 체질을 과감하게 개선했다"며 "영주시는 2022년 추경 예산까지 포함하면 1조 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추경 예산은 본예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과거에는 사업 추진 진도와 상관없이 총사업비에 재원을 확보해 과다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영주시는 예산 편성 횟수와 시기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져 본예산을 살찌우는 방식이 아닌 연간 단계적 예산 편성을 통해 계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허겁지겁 예산을 세워 놓고 집행을 하지 않아 추경에 사용할 자금이 부족해 사업을 미루는 일이 부지기수였다"면서 "이제는 본예산을 최대한 확보하는 시대가 아니라 1차, 2차, 3차 추경 예산까지 탄력적으로 편성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예산을 편성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건전한 재정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로 그는 "올해 영주시의 본예산은 7천687억 원으로 추경과 기금을 포함해 최종 예산이 1조629억 원에 이른다"며 "2022년 예산도 기금을 포함하면 1조 원 규모"라고 덧붙였다.
이런 내용을 본 전직 공무원 A씨는 "체질 개선을 했다고 본예산을 축소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타 시군은 기금과 추경 예산을 편성 안 하는가? 변명치고는 궁색하다. 중앙정부도 있는 그대로 예산을 편성하지 줄이거나 늘리지 않는다. 이런 해명은 시민들의 알 권리를 기망하는 처사다. 예산을 의회에 보고하지 않고 숨겨뒀다면 시장 비자금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경북도 내 시세 6위인 영주시의 살림살이는 10여 년째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 발전에 적색 경고등이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다. 인구 7만 명인 문경시(8천300억 원)를 제외한 대다수 시 단위 자치단체의 내년도 본예산이 1조 원 시대다. 영주시만 고작 7천900억 원대다. 영주시 말대로 체질 개선을 했다면 도내 10개 시 가운데 시세 기준인 6위는 해야 본전일 것이다. 추경 예산을 포함해도 영주시는 꼴찌 수준을 면치 못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해서는 안 된다. 영주시의 미래가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안갯속이다. 선출직들은 명심해야 한다. 변명보다 반성과 자성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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