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명, 항의하는 성소수자에 "다했죠?"…정의당 "냉소·무시 다했냐"

지난 7일 서울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청년들 앞에서
지난 7일 서울대를 방문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청년들 앞에서 "다했죠?"라고 웃으며 지나가는 모습.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영상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시위대 항의에 "다했죠?"라고 반문한 뒤 자리를 뜨자 정의당과 성소수자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 7일 이 후보는 강연을 위해 서울대를 방문했다가 "차별금지법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말에 사과하라"고 주장하는 청년들 앞을 지나갔다. 이들은 이 후보의 앞에서 "저는 성소수자다. 저의 존재는 사회적 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외쳤다.

웃음 띤 얼굴로 청년들의 요구를 듣고 있던 이 후보는 곧 한 손을 들고 "다했죠?"라고 물은 뒤 강연장 방향으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다했죠?" 차가운 이 한마디는 이재명 후보의 인격 그 자체였다"고 비판했다.

여 대표는 "차별과 혐오로부터 삶을 지켜달라고, 존재를 지켜달라는 절규에 이재명 후보님은 '다했죠?'라는 웃음 띤 한마디를 하고 돌아섰다"며 "처절한 국민의 절규 앞에 한 손 인사와 웃음 띤 그 차디찬 한마디는 잔인한 천사의 미소였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다 살아가는 것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삶의 경계를 넘어버린 시민들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71.2%의 국민을 대신해 답변드린다. 다한 것은 이재명 후보 자격의 수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 후보를 겨냥해 "인간 존엄을 요구하는 차별받는 시민들의 외침에 대한 철저한 냉소와 무시, 다 하셨느냐"며 "차별받는 성소수자들 편들어봐야 표만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실 것이다. 같은 약자도 '표 되는 약자'는 편들고 '표 안 될 것 같은 약자'는 대충 무시하는 것이 '이재명식 실용주의'가 되어버린 지 오래"라고 꼬집었다.

장 의원은 "이재명 후보님의 일부 지지자들은 윤석열은 안 찾아가고 이재명만 찾아가는 성소수자들이 나쁘다고 한다"며 "평생을 차별에 시달리고 고통받아온 성소수자들이 말 한마디로 부자감세 법안을 일사천리에 통과시키는 여당의 실세 대선후보를 찾아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외친 것이 그렇게 큰 죄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오늘 시민들이 마주한 것은 오직 작은 표 계산에 매달리느라 정치인이 지켜야 할 가장 근본적인 가치인 인간의 존엄마저 차갑게 내버린 닳고 닳은 한 명의 정치인"이라며 "오늘 이 후보님은 소수자들의 존엄을 저버림으로써 후보님 스스로의 존엄 또한 저버리셨다"고 덧붙였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트랜스해방전선'도 7일 성명을 내고 "90% 시민이 동의하는 차별금지법에 '다했죠?'라고 묻는 이재명 후보는 대선 후보 다 했는가"라고 즉각 항의했다.

이 단체는 "본인은 다 들어줬다는 듯 웃으며 사과 요구를 묵살하고 돌아선 이재명 후보에게 물어보고 싶다"며 "양당이 무시하는 동안 차별금지법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또다시 묵살됐다. 정기 국회가 마무리되는 이 시점에 시민들이 지금도 국회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으나 양당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와 민주당은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가. 애석하게도 우리는 덜했다. 덜 존중받고 있고 덜 평등하고, 덜 행복하다"며 "현재 국회 안에서 기득권 양당이 차별금지법을 외면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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