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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비토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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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비토크라시(vetocracy). 미국 정치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2013년 'The American Interest' 기고문에서 사용해 대중에게 알려진 용어다. 재임에 들어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사사건건 딴지를 거는 공화당 때문에 번번이 입법과 정책이 좌절되자 민주주의에서 민중을 뜻하는 데모(demo) 대신 거부를 뜻하는 비토(veto)를 넣어 신조어를 만들었다. 거부(拒否) 민주주의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상대 정파의 정책과 주장을 거부하는 극단적인 파당 정치를 뜻한다.

한국 대통령 선거에서 또 다른 모습의 비토크라시가 나타나고 있다.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비토 후보'를 물었더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8.2%,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40.2%로 조사됐다. 두 사람의 지지도만큼이나 비토가 많다.

두 후보에 대한 비토가 거센 이유는 일차적으로 후보들에게 책임이 있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 형·형수 욕설에다 잦은 공약 철회, 말 바꾸기 등으로 비호감을 증폭시켰다.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에다 부적절한 언행, 선대위 구성 혼란 등으로 비호감을 촉발시켰다.

좌우 진영이 첨예하게 갈라진 지형도 두 후보에 대한 비토가 높은 요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집권, 조국·추미애 사태, 문 정권의 갈라치기로 국민이 좌우로 양분됐다. 우파는 이 후보를 문 대통령보다 더 실정을 저지를 인물로, 좌파는 윤 후보를 배신자로 규정하고 절대로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될 인물로 취급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내년 대선은 지지 후보를 찍는 선거가 아닌 "저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꼴은 절대로 못 보겠다"며 상대 후보를 찍는 '응징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유권자들은 물론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응징 투표가 나타난 대선 이후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그를 찍은 유권자에 못지않은 수의 유권자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사태가 올 수 있다. 대통령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대선 이후 국민 화합이 아닌 국론 분열이 더 심해질 우려가 현실로 닥쳐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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