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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반도체 블루오션’ 선점 나선 TK, 성공 열쇠는 결국 인재

채원영 경제부 기자

채원영 경제부 기자
채원영 경제부 기자

와이드밴드갭(Wide Band Gap·WBG) 반도체는 반도체 시장의 블루오션이다.

기존 실리콘(Si) 기반 반도체가 고전압, 고전류, 고온에서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것과 달리 WBG 반도체는 높은 주파수나 전압, 온도에도 더 낮은 전력 손실로 동작한다.

WBG 반도체는 소재에 따라 SiC(탄화규소)·GaN(질화갈륨) 반도체 등으로 나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전부터 소비까지 전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쓰려면 WBG 반도체가 필수로 꼽힌다.

수요처는 전기차, 5G 통신망, 로봇, 스마트팩토리, 군수용 등으로 무궁무진하다.

SiC 반도체를 사용하면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7.5% 증가하고 충전 시간은 75% 감소하며, 인버터 모듈의 무게와 부피는 40%가량 줄어든다는 분석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에 따르면 WBG 반도체가 속하는 전력 반도체 글로벌 시장은 지난 2019년 450억 달러에서 오는 2023년 53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은 주로 메모리 반도체에 치중돼 있어 전력 반도체 등 시스템 반도체 성장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2001년 일본, 2002년 미국을 추월해 지난해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56.9%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2009년 2.9%에서 지난해 2.9%로 11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전력 반도체는 국내 수요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급성장이 예상되는 WBG 반도체는 국내 반도체 업계가 개척해 나갈 분야로 주목받는다. 특히 실리콘 웨이퍼 국내 1위 기업 SK실트론이 있는 경북 구미는 반도체 산업 성장의 모멘텀으로 WBG 반도체를 주시하고 있다.

태동 단계인 WBG 반도체 시장을 대구경북이 선점해 지역의 미래 먹거리로 삼자는 논의가 지난 10일 구미코에서 진행됐다. 이번 세미나는 대구경북연구원이 WBG 반도체 육성에 관심을 두고 올해 내내 연구를 거쳐 기획했다.

기자 또한 토론자로 참석한 세미나에서 정광진 SK실트론 부사장이 'WBG 반도체 산업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강연하고, 이문희 대구경북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장이 '대구경북 WBG 반도체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특히 WBG 반도체가 중소·중견기업에 적합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소량 다품종 품목에 잘 맞는 WBG 반도체를 육성하는 과정에서 지역의 수많은 중소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적절한 지원을 받으면, 또 하나의 유망 산업군이 형성될 수 있다는 기대였다.

세미나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토론에 참석한 한 스타트업 대표의 지적으로 일순간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다.

김광희 엘앤디전자 대표는 "스타트업은 인재 채용 문턱에 부딪혀 좌절할 때가 많다. 반도체 같은 소재 스타트업과 지역 기업은 더욱 그렇다"며 "인재가 대기업이 아닌 스타트업으로 갈 수 있을 만한 파격적이고 획기적인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관련 기술을 공부한 마이스터고 학생을 채용하니 놀랍도록 성과가 좋았다. 대학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대구 한 스타트업 대표의 경험담도 참고할 만하다.

일찌감치 새로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 대구경북. 절실히 인재 채용을 바라는 중소기업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면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미래가 가까워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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