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 대통령선거와 함께 대구 중남구 지역구에서도 국회의원을 뽑는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거론되는 후보자는 20여 명이나 되지만, 막상 예비후보로 등록을 하고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거의 없다.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정치는 치열한 소신과 철학의 전쟁터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의 가장 큰 덕목은 신념과 용기다. 왜 정치를 하려는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확신을 얻었을 때 비로소 정치가 살고 정치인이 빛난다.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중앙당 눈치를 보고 '신호'를 기다리는 것은 직업을 구하는 것이고 정치를 '영달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치인이 아니라 중앙당의 임명장을 받는 정치 관료이며 유권자의 대표가 아니라 공천권자의 소총수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인이 지역을 대표하면 지역민은 불행해지고, 집단을 이루면 그 사회는 침체의 나락으로 빠져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안 될 줄 뻔히 알지만 자신을 불태워 새로운 유전자를 지역에 뿌려 보겠다는 후보자가 없다. 보신과 가문의 영광만을 노려 출마하려는 사람들뿐이니 지역의 불행이고 후배들에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낙하산에 밟힐 거란 두려움 때문에 중앙당의 공천 공포에 맞서 '계란으로 바위 치기'를 시도하지 못하는 것을 후보자 탓만으로 돌려서도 안 될 일이다.
중남구는 구도심 지역으로 보수의 성지라는 대구 중에서도 대구다. 거주민의 연령대도 높고 진보성과 개혁성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출마를 희망하는 예비 후보자도 이런 상황을 잘 알 것이다. 그러니 더욱 발을 들일 수 없다. 지역성을 금방 바꿀 수는 없지만 공실이 넘치고 빈터가 많이 생기는 지역 사정을 개선해 보려면 중남구 주민이 기존의 생각과 태도를 바꿔야 한다. 관습과 습관을 파괴하고 변화와 혁신을 수용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선거는 물갈이의 다른 말 아닌가. 보궐선거를 성장과 변혁의 계기로 삼겠다는 지역 유권자의 인식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최근 후보자로 거론되는 사람들의 평균연령을 살펴봤더니 60세가 훨씬 넘는다. 늘 듣던 이름에 그 얼굴이 대부분이다. 중남구 주민으로 봐서는 친근할 것이다. 공감대도 크고 교감도 쉬우니 익숙하고 편안할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끼리 내 편이니까 찍어 주면 지역은 다시 추락하고 지역민의 후회는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런 자세로는 소신과 용기 있는 국회의원이 탄생할 수 없다. '될성부른' 끼 있는 정치인을 키울 수 없다. 보수가 죽고 보수가 위기에 빠졌다고 할 때마다 보수의 성역은 되레 소외되었다. '사람' '논리' '신념'의 확산이라는 '보수의 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TK가 대주주이지만 늘 '이용'당한 이유다. 기회를 또 날려야 할 것인가. 중남구 보궐선거는 어차피 대선에 묻혀 주목을 못 받을 선거라고 치부하지 말자. 대선을 앞두고 중앙에서 사람을 꽂을 거라 겁먹지 말자. 누구든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공식'을 깨 보자.
이런 풍토가 돌면 대구는 다시 희망이 있다. 이번 보궐선거에는 자존심에 상처받고 패배주의에 빠진 시민들의 답답한 심정에 사이다처럼 시원한 정치인이 등장했으면 좋겠다. 중앙당과 공천권자의 권력이 먹히지 않는 '선거 반란'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TK에 친숙하지 않고 처음 겪는 '보수 혁신의 바람',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에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선거가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