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글지글-지면으로 익히는 글쓰기] 동시- (4·끝)당신도 동시인이 될 수 있다

지난 회(3회)에서 얘기했던 사물동시와 생활동시 각각 한 편을 읽어보겠습니다. 먼저 사물동시입니다.

버려진/ 고무신에/ 팬지꽃 폈다//

신발 신은 팬지꽃/ 행복하겠다//

걷고 싶겠다// (김현숙 동시 '팬지꽃 신발')

'팬지꽃 신발'은 고무신을 소재로 쓴 사물동시입니다. 짧은 동시지만 읽을수록 감칠맛 나고, 고무신을 신은 팬지꽃처럼 읽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듭니다. 버려진 고무신이 생명을 키우는 신발이 되었습니다. 우리 주위에 있는 사물을 잘 관찰하여 얻은 동시입니다.

이처럼 동시는 버려진 것, 작은 것을 눈여겨보고 새 옷을 입혀줄 때 동시로 탄생합니다. 예쁘고 화려한 말을 사용할 필요도, 수식어를 남발할 필요도 없습니다. 핵심 요소를 단순 명쾌하게 표현하면 됩니다. 이번에는 생활동시입니다.

추운 겨울/ 시장에서/ 채소 파는 할머니에겐//

'시금치 한 단요'/ '부추 한 단요'//

이 말이 모닥불이다//

할머니 얼굴이/ 활짝 피어난다//

할머니가 덤으로/ 한 줌 더 넣어준다//

덤도 모닥불이다//

손님들 얼굴도/ 활짝 피어난다// (박승우 동시 '모닥불')

두 번째 동시 '모닥불'은 전통시장의 장면 한 컷을 담아낸 생활동시입니다. 채소를 사고파는 모습을 담담하게 표현했지만, 전통시장의 따뜻한 정서가 느껴집니다. 채소를 사가는 사람의 말과 한 줌 더 넣어주는 할머니의 덤을 모닥불로 비유해 추운 겨울시장을 따뜻한 풍경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동시는 거창하거나 철학적인 내용을 담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 이웃이 살아가는 모습을 소박하게 표현하면 동시가 됩니다. 전하고 싶은 말은 겉으로 너무 드러내지 말고, 동시를 읽는 독자가 파악하게 살짝 숨겨두면 더 좋은 동시가 됩니다.

여러분도 동시를 써 보십시오.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먼저 주위에 있는 것들을 살펴보십시오. 냉장고는 어떤가요. 음식물을 잔뜩 보관하고 있는 배부른 냉장고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냉장고 입장이 돼 써보면 재미난 동시가 탄생할 거 같지 않나요.

스마트폰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을까요. 여러 상상을 하다 보면 스마트폰에서 구해줄 방법이 생길 거 같지 않나요. 이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울 것입니다.

동시는 길을 걸으면서도 차를 타고 가면서도 누워서도 쓸 수 있습니다. 동시의 씨앗이 될 만한 발상이 떠오르면 스마트폰 메모장이나 종이에 기록해 두십시오. 새로운 발견이나 기발한 발상은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기록을 해두면 언제든 꺼내서 동시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재료가 있으면 음식을 요리하듯 말 요리사가 되어 맛있는 동시 한 편을 요리하십시오. 우리 모두는 시인입니다. 쓰느냐, 안 쓰느냐의 문제입니다. 여러분이 동시를 쓰면서 신발 신은 팬지꽃처럼 행복해지시길 바랍니다.

박승우 동시인
박승우 동시인

박승우 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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