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서구 퇴직 공무원 기념품 예산 그대로 통과

의회 구입비 2480만원 확정 논란…관행 개선 분위기에도 원안 가결
일부 의원 "혈세 사용 부적절" 자성
시민단체 "집행부 견제 감시하는 의회 기능에 의문"

대구 서구청 전경. 서구청 제공
대구 서구청 전경. 서구청 제공

대구 서구청의 퇴직 공무원 기념품 예산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시민단체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대구 서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정년(명예)퇴직 공무원 기념품 등 구입 예산 2천480만원을 통과시켰다. 2천480만원 중 기념품 구입비가 2천만원이고, 나머지 480만원은 공로패·현수막·꽃다발 등이다.

심의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은 '기념품 구입비' 삭감을 요구했다. 삭감안을 표결에 부친 끝에 찬성과 반대가 3표씩 나와 원안 가결이 확정됐다.

차금영 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공무원 퇴직에 국민 세금을 들여 기념품을 제공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퇴직자 기념품 제공 관행 개선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안 책정에 이를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왔다.

지난 4월 국민권익위원회는 장기근속·퇴직예정 공무원을 대상으로 국내외 연수, 황금열쇠 같은 고가 기념품 지급을 위한 예산집행을 중단하도록 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행전안전부와 지자체에 권고한 바 있다. 이에 지난 7월 행전안전부는 내년도 예산편성 운영기준 지침을 개정해 객관적 심의를 거쳐 포상하도록 규정했다.

시민단체는 기초의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백번 양보해 집행부는 늘 해오던 일이어서 퇴직자 배려 차원에서 그럴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의회다"며 "예산의결권은 의회의 중요한 권한이다. 의원 역할은 구시대 관행이 스며든 예산을 삭감하고 집행부를 견제하는 것인데 그 역할을 제대로 했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기념품 지급을 국민이 세금으로 내는 공식 예산으로 하기보다 함께 일하는 공무원들이 따로 모으는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예산안을 편성한 서구청 총무과 관계자는 "예산이 편성됐다고 무조건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구·군과 형평성을 맞춰 최대한 쓰지 않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며 "어쩔 수 없이 쓰게 된다면 행안부 지침에 따라서 사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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