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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눈 클리닉] 환자를 안심시켜주는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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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대구 삼성안과 원장
김광수 대구 삼성안과 원장

여느 때와 같이 바삐 돌아가는 진료시간, '드르륵'하는 휴대폰 진동이 느껴졌다. 보통 진료 중에는 휴대폰을 잘 보지 않지만, 뭔가 쌔한 느낌이 있어서 문자를 확인했더니 "오늘이 진료예약 날인데 갑자기 환자 A씨이 돌아가셔서 못 가게 돼 연락드린다"고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거동이 불편해 평소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지만 돌아가실만큼 건강이 나쁘진 않았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된 일이냐는 물음에 그의 가족은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는데 갑자기 나빠져서 손쓸 사이도 없이 돌아가셨다. 죽음을 목전에 둔 마지막 순간에도 진료해 준 안과 의사에게 고마움을 전하라는 말씀을 남기셔서 예약일에 연락드렸다"고 했다.

갑자기 머리가 띵해졌다. '그 동안 내가 해드린 것이 뭐지? 염증치료와 눈 수술 이후의 경과 관찰한 것 밖에 없는데….'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겨우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가늠해 볼 수 있었다.

환자 중에는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이 많아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많다. 보호자를 동반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휠체어를 타고 오신다.

느릿느릿한 움직임을 보챌 수 없어 자연적으로 진료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 진료실 밖 대기 환자들은 진료가 길어진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그래도 다른 도리가 없지 않는가. 늘 양해를 구하면서 진료를 이어가곤 했다. 시력이 좋지 않은 분들, 그리고 거동이 많이 불편한 분들, 그리고 자기 눈 상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분들에겐 좀더 관심을 갖고 충분히 시간을 할애하도록 노력한다.

특히 그 분은 말도 어눌해 대화가 길지는 않지만 평균 진료시간보다는 시간이 길어지곤 했다. 때론 안부를 묻고 진료 외 일상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진료 후 환자가 제일 듣고 싶은 말은 "좋은 상태로 잘 유지하고 있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이다. 경과가 좋지 않은데 좋다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겠지만, 때론 나빠지는 병증세로 불안해진 환자의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 분은 약한 염증소견을 갖고 있었지만 시력은 양호했고, 진료 후 "큰 변화 없이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라는 말에 흡족해하며 다음 진료 예약을 잡고 돌아가시곤 했다.

의사가 환자에게 무심코 흘린 말이 환자에게는 큰 희망이 되기도 하고 무한한 절망감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진료 중에는 환자의 눈과 자주 마주치며 대화하듯 해야 하고, 권위적인 말투보다는 겸손한 말투와 행동으로 신뢰감을 주는 의사가 돼야 한다. 감사하게도 그 분은 철이 되면 매번 과일을 보내주셨다. 그분이 그립다.

김광수 대구 삼성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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