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대통령의 계절이 왔다. 대통령이 가장 각광을 받는 시기가 대통령 선거 시즌일 것이다. 대통령제가 처음으로 도입된 미국의 경우 총 45명의 대통령이 백악관을 거쳐 갔지만, 소속 정당이나 이념을 떠나서 국민들로부터 광범위하게 지지와 존경을 받는 인물은 그리 많지 않다.
먼저 독립전쟁의 영웅 조지 워싱턴은 초선과 재선 모두 만장일치로 대통령에 올랐다. 3선도 무난했을 터이나, 1794년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영국이 평화협정을 어기고 미국의 해상무역을 억압하면서 외교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워싱턴은 존 제이 대법원장을 영국에 특사로 보내 극적인 타협에 이르렀다. 워싱턴은 조약의 내용을 극비에 붙이고 상원에 넘기려 하였다. 그러나 조약의 내용이 알려지자 고향의 참전 용사들까지도 굴욕적인 항복이라고 반발하였고, 일부 언론에서는 "워싱턴을 처단하라. 워싱턴을 기요틴으로!"라면서 탄핵 운동을 전개하였다.
신생 공화국이 다시 영국과 일전을 벌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워싱턴은 비참한 모욕을 견디면서 조약의 일부 독소조항을 삭제하고 상원으로 보냈다. 워싱턴은 제이 조약안에 서명을 한 후 필요한 자금 지원을 위해 하원으로 보냈다. 하원에서는 49대 49로 가부 동수가 되었는데, 위원장이 예상을 깨고 동의함으로써 가까스로 통과하였다. 심신이 지친 워싱턴은 3선을 포기했지만, 1812년 미국이 영국과 다시 전쟁을 하게 되었을 때 미국은 승리를 얻었다.
두 번째는 공화당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다. 노예제를 둘러싼 북부와 남부의 대립이 격화되던 1857년 연방대법원은 '드레드 스콧 대 샌드퍼드' 사건에서 흑인들은 노예이든 자유인이든 간에 미국 헌법상 시민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을 비판하면서 전국 무대에 등장한 정치인이 링컨이다. 링컨은 원래 강경한 노예 폐지론자가 아니었고, 노예 폐지보다도 연방의 존속이 더 우선한다고 믿었다.
1861년 3월 링컨이 대통령에 취임하기도 전 남부의 7개 주는 연방을 탈퇴하였고 남북전쟁이 발발하였다. 전쟁이 장기화되자 1863년 1월 링컨은 노예 해방을 선언했다. 그것은 순수하게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남부의 흑인 노예들을 북쪽 군대로 유인할 군사적인 필요성과 남부연합을 돕고 싶지만 노예 문제로 주저하던 프랑스와 영국의 개입을 막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재선을 앞둔 링컨 입장에서는 노예 해방 선언은 노예 해방에는 반대하지만 연방의 존속을 위해 그를 지지했던 주전파 민주당원들의 이탈을 가져올 우려가 컸다. 그럼에도 링컨은 국익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그는 지체장애인이었지만 미 역사상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의 위업을 이루었다. 1940년 3선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유럽의 전쟁 참전을 거부하는 고립주의로 기울어져 있었다. 초유의 3선에 도전하는 그는 공식적으로는 미국이 참전하지 않는다고 수없이 약속하였지만, 히틀러가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의 자유민주주의도 위협할 것을 염려해 영국 총리로 새로 취임한 처칠과 핫라인을 개설해서 그와 협력을 강화했다.
그를 의심스럽게 지켜본 인물이 바로 존 F. 케네디의 아버지 조 케네디 주영 미국대사였다. 케네디가 루스벨트의 의도를 폭로하려고 하자 루스벨트는 케네디 맏아들의 주지사 출마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하여 그를 무마시켰다. 선거 전에 뉴펀들랜드에서 서인도제도까지 영국의 기지에 대한 장기적인 사용 권한과 교환하는 조건으로 처칠이 간절히 원했던 50척의 구축함 등을 제공, 영국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결국 그는 3선에도 성공했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어 자유민주주의를 지켰다.
위 3명의 대통령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국익을 위해 자신의 지지층이 반대하는 어려운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우리도 그런 대통령이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한미 FTA, 이라크 파병 등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감을 사는 결단을 내렸고, 그로 인해 지지율이 폭락했다. 반면에 문재인 대통령은 철저하게 핵심 지지층의 의사에 맞는 선택을 했다. 그 덕분인지 퇴임을 앞두고 약 40%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후세 국민들이 누구를 더 높게 평가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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