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코로나 사망 23명 배웅, 장례지도사가 전하는 '안타까운 현실'

'先 화장 後 장례' 유족들도 마지막 얼굴 못 봐…확진자 시신서 균 못 밀봉 후 24시간 내 화장
유족들 "이렇게 보낼 수 없다"…정부도 장례 방식 변경 논의
강봉희 장례지도사 31명 시신 장례 치러…"코로나 사망자 시신의 장례와 화장에 신중해야"


강봉희(68) 장례지도사가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강봉희(68) 장례지도사가 코로나19 사망자의 장례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윤정훈 기자

지난달 4일 A(90) 씨는 대구 북구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고령에다 지병을 앓다가 세상을 등졌다. 이후 코로나19 검사를 했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감염된 시신을 수습하려는 사람이 마땅찮았다. 북구청은 코로나 사망자 장례 경험이 있는 장례지도사에게 부탁해 입관과 화장을 마친 뒤 장례를 치렀다. A씨의 아들은 화장한 후에야 아버지의 유골을 받았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이후 코로나19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유족들이 고인의 마지막 얼굴도 보지 못하고 애도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선(先)화장 후(後)장례'를 치러야 해서다.

28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11월 위드 코로나 이후 이달(21일)까지 발생한 대구의 코로나 사망자는 84명이다. 올해 1~10월 사망한 60명보다 많은 수다. 11월 이후 사망자 중 1명(50대)을 제외하고 모두 60대 이상 고령자다. 특히 80대 이상이 63.1%(53명)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현재 코로나19 사망자 수습은 '선(先)화장, 후(後)장례' 방식으로 이뤄진다. 확진자가 사망하면 시신에서 균이 나오지 못하도록 사망 즉시 그대로 밀봉한다. 병원에서 숨을 거두면 환자복, 집이라면 평상복 차림으로 이중 비닐 팩에 싸여진다. 밀봉된 시신을 침낭같이 생긴 가방에 넣고 지퍼를 잠근다. 이 가방은 다시 관에 들어간다. 사망자는 겹겹이 싸인 채 화장장으로 옮겨진다. 사망 후 24시간 안에 화장을 마쳐야 한다.

코로나 사망자의 유족은 고인이 밀봉된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없다. 특히 병원에서 사망하면 병실에서부터 밀봉이 된다. 유족은 화장 이후에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이 같은 확진자 장례를 수십 차례 맡아온 장례지도사 강봉희(68) 씨는 "낮에 돌아가시면 시간을 맞춰 화장장으로 가면 되는데 밤이라면 날이 밝을 때까지 종합병원이나 의료원 안에 있는 감염자 안치실에 모셨다가 가야 한다. 화장하면 균이 다 없어지니 그 이후에 납골당 등에 안치한다"고 말했다.

강 씨는 코로나 공포가 극심했던 지난해 2월부터 감염을 두려워한 동료들과 달리 용기를 내 시신 수습을 자원했다. 당시 석 달간 강 씨가 배웅한 코로나 사망자는 23명에 달한다. 당시 누적 사망자(262명)의 10%에 이른다. 올해 9명을 더해 강 씨가 지금까지 장례를 치른 코로나 사망자는 31명이다. 이들은 모두 65세 이상이다.

최근 정부는 코로나 사망자의 선화장 후장례 방식 변경을 논의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사망자의 존엄을 유지하면서 유족의 애도를 보장하는 방역 방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유족들이 "얼굴도 못 보고 가족을 보낼 수 없다. 마지막 얼굴이라도 봐야 한다"고 하소연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실제 지역에서도 외국에 있던 아들이 아버지의 코로나 감염 소식을 듣고 입국했지만, 얼굴을 보기 전에 사망한 안타까운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신중론도 있다. 강봉희 씨는 "사람이 죽으면 근육이 다 풀리면서 각종 체액이 나오는데, 특히 병으로 돌아가시는 분들은 더 많이 나온다"며 "이를 통해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니 코로나 사망자 시신의 장례와 화장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