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주 "초과 세수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강화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 대통령이 사실상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지시하자 정부는 "추경안을 설 연휴 전에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조~30조 원 규모 추경을 설 전에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정부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태도를 싹 바꿨다.
당초 정부는 재정 건선성을 이유로 이 후보의 추경 편성 주장에 난색을 표했다. 문 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가 400조 원이나 늘고, 국가채무가 1천100조 원을 육박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의 추경 반대는 당연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초과 세수를 들먹이며 추경 편성을 압박하고, 이에 정부가 14조 원의 추경 편성 계획을 내놓았다. 지난해 초과 세수가 60조 원이라는 게 문 대통령과 정부의 추경 편성 구실이지만 추가 세수가 생겨도 4월 결산 이전엔 쓰지 못해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나랏빚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문 정부는 9번 추경으로 135조3천억 원을 풀었고, 이번에 14조 원을 더하면 150조 원이나 된다. 총선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등 선거용 추경이 두 차례에 달한다. 이번엔 대선을 앞두고 돈을 뿌리는 관권 선거를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7차례 대선에서 자영업자 계층에서 뒤지고 선거에서 이긴 사례가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주도면밀한 정권이 간과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추경은 이 후보를 띄워 주는 형식까지 갖춰 대선용임을 자인했다. 처음엔 정부가 이 후보 요구를 반대하다가 대통령과 정부가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갖췄다. 추경을 이 후보의 공(功)으로 돌리려는 의도임이 뻔하다. 초과 세수가 60조 원이나 된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과 기업을 탈탈 털었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마련한 초과 세수를 나랏빚 갚는 데 쓰지 않고, 추경으로 나랏돈을 뿌려 여당 후보 득표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여당 후보를 위한 정부란 비판이 안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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