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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환 칼럼] 지역의 미래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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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필자의 이전 칼럼에서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위해서는 직주문(職住文), 즉 일자리·주거·문화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직(職)', 일자리다. 청년이 지역에서 삶을 설계할 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안정적이고 전망 있는 일자리가 있느냐에 달려 있다.

대구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지역내총생산(GRDP)이다. 전국 3대 도시로 불리던 대구의 1인당 GRDP는 현재 33년째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4년 기준 대구의 1인당 GRDP는 3,137만 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경제 규모는 지역 산업 구조와 기업 생태계를 반영하는 동시에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양과 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대구·경북이 항상 지금과 같은 위치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구와 경북은 한때 한국 산업화의 중요한 중심지였다. 대구는 섬유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경북 구미는 전자 산업을 중심으로 국가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특히 1970~80년대 대구의 섬유 산업은 한국 수출을 대표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였고, 구미 국가산업단지는 전자 산업의 핵심 기지였다.

이러한 산업 구조의 형성에는 국가 산업정책의 전략적 배치라는 배경이 존재했다. 특정 산업을 특정 지역에 집중시키는 전략적 산업 배치가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대구의 섬유 산업과 구미의 전자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산업화 초기 한국 경제에서 지역은 국가 전략 속에서 역할을 부여받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산업 환경은 빠르게 변했다. 글로벌 경쟁 심화와 산업 구조 변화 속에서 섬유 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었고, 전자 산업 역시 생산 기지의 해외 이전과 기술 변화 속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여기에 수도권 중심의 산업 구조가 고착되면서 기업 본사와 투자 기능이 수도권으로 더욱 집중되었다.

그 결과 대구 경제는 상대적으로 중소기업 중심 구조에 머물렀고, 대기업 본사와 연구 기능이 집적된 산업 생태계는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다. 이는 지역의 투자 규모와 고용 창출 능력에 영향을 미쳤고, 산업의 성장 속도 역시 제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지역의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구·경북은 여전히 중요한 산업 기반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대구는 바이오·자동차부품 산업과 로봇 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전환을 모색하고 있고, 경북은 반도체·전자 산업과 함께 이차전지와 첨단소재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대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의료기기 산업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문제는 이러한 성장잠재력이 하나의 전략으로 묶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은 자연스럽게 성장하지 않는다. 어떤 산업을 중심으로 지역 경제를 재구성할 것인지, 어떤 기술과 인재에 투자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그동안 지역 발전 전략은 종종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에 크게 의존해 왔다. 국가 산업정책이 지역의 방향을 결정하고, 지역은 그 틀 속에서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산업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이러한 방식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인지, 어떤 도시 구조를 만들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지역 내부에서 더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산업 구조와 기술 전략에 대해 지역 사회와 산업계, 학계가 함께 토론하고 장기 전략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역 발전은 단순히 정책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 스스로 방향을 설계하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논의되었던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무산된 과정은 우리 지역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논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산업 전략이나 지역 발전 구상에 대한 치열한 논쟁보다는 정치적 이해관계가 논의를 주도했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문제에서조차 산업 전략과 경제 구조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대구·경북이 스스로 산업의 미래를 설계하려는 논의를 시작할 때, 청년의 일자리도 다시 이 지역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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