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플러스] 콕 찍어 말할 증상 없는 부정맥

빨랐다가 늦다가 심장의 '고장신호'…돌연사 부를수도
종류, 예후 천차만별..부정맥 있다면 구체적 이름 알고 있어야
요골동맥, 목동맥 통해 맥박 확인 가능

부정맥.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부정맥.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대구에 사는 직장인 A(34) 씨는 가끔 심장이 갑자기 두근거리며 빨리 뛴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많다. 최근 들어 이런 느낌을 자주 받았던 A씨는 심장 박동이 조금 빠르다 싶은 순간마다 지속된 시간 등을 메모해두기로 했다. '부정맥'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했던 A씨는 그간 이런 증상을 스트레스 등으로 가볍게 여겼지만, 주변의 권유에 따라 조만간 병원에 방문해 관련 검사를 받아볼 예정이다.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적 개입과 홍보로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질병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이전과 달리 많이 개선됐다.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예방 및 치료 효과 역시 향상됐다. 요즘 많은 사람들은 'LDL콜레스테롤'이나 'HDL콜레스테롤'과 같은 어려운 용어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부정맥'에 대해서는 생소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부정맥이란 무엇인가?

대한부정맥학회에 따르면 심장은 마치 자동차의 엔진과 같은 기관이다. 스스로 박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기 세포에서 전기 자극을 만들고, 이 자극이 심장 근육세포에 전달되면 심장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각 장기와 조직으로 필요한 혈액을 공급한다. 심장 박동이 잘 유지되기 위해서는 심장 내에 있는 전기 전달 체계가 건강해야 한다. 이 전기 전달 체계를 '심장전도계'라고 한다.

이 심장전도계의 기능 저하나 여러 변화에 의해 전기 자극이 잘 만들어지지 않거나, 자극의 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이유로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늦어지거나, 혹은 불규칙하게 되는 것을 부정맥(不整脈)이라고 한다.

즉 부정맥이란 말 그대로 심장박동, 즉 맥박이 느리게 혹은 빠르게 불규칙하게 뛰는 현상이나 질병을 모두 아울러 지칭하는 말이다. 따라서 맥박이 느리게 뛰는 서맥(徐脈), 빠르게 뛰는 빈맥(頻脈)도 있고, 한 번씩 불규칙으로 뛰는 경우도 있다. 자다가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도 부정맥이 원인일 수 있다. 유전적 요인에 의해서도 심각한 악성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부정맥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지만, 예후 역시 부정맥의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부정맥은 환자에 따라 치료를 별도로 받지 않거나 간단한 시술로도 치유할 수 있는 가벼운 경우도 있지만, 제세동기 삽입 등 지속적인 관심과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신동구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이처럼 부정맥에도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자신에게 '부정맥이 있다'고 알고 있기보다는 자신이 가진 부정맥의 구체적인 이름을 알아두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구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신동구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부정맥은 어떻게 느끼나?

맥박이 느리고 빠른 정도에 따라 환자들이 느끼는 증상은 다양하다. 다른 심장 질환 증상과 마찬가지로 숨이 차고 기운이 없을 수 있고, 졸도를 할 수도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부정맥의 종류에 따라 증상이 전혀 없어 우연히 발견되는 수도 있지만 증상이 없더라도 처음 나타난 증상이 심장돌연사일 수 있다. 한마디로 부정맥은 콕 찍어 '이러한 증상이 발생한다'고 말할 수 있는 증상이 없다.

◆중풍을 부르는 부정맥 '심방세동'

심방세동이란 최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부정맥 중의 하나이다.

원래 심장박동은 좌심방의 특정 부위에서 만드는 규칙적인 전기신호로 일정한 맥박을 유지하게 되나, 여러 원인으로 심장 구조에 변형이 오면 하나여야 할 전기 발전 장소가 여러 군데가 된다. 그 결과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질 뿐 아니라 좌심방의 운동이 자루 속에 갇힌 여러 마리의 뱀처럼 꿈틀거리게 된다. 이로써 혈액 순환에 장애가 생기고 혈전(피떡)이 잘 만들어지게 된다. 피떡이 만약 뇌로 날아가 혈관을 막게 된다면 바로 중풍이 발생할 수 있다.

뇌졸중(중풍)을 경험한 환자 5명 중에 1명은 심방세동이 원인이다. 불행히도 심방세동이 있어도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는 증상이 없고 중풍을 겪고 나서 발견되기 때문에 예방 측면에서 더욱 어렵다.

대한부정맥학회에 따르면 일반인에 비해 심방세동 환자에서는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5배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 경우 사지 마비와 같은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응급 치료나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부정맥, 조기 진단이 중요

부정맥은 전문 의료기관에서 심전도, 24시간 심전도, 운동부하검사 및 체내 삽입형기구 등의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진단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암 조기검진체계의 구축(2004년), 생애전환기 건강진단(2007년) 등이 시행되면서 전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고 선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포괄적인 건강검진체계를 갖춘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검사 항목에서 부정맥 진단 방법 중 하나인 심전도 측정은 빠져 있다.

심전도 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무증상의 부정맥을 미리 발견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신 교수는 "심지어 60세가 지나 발병 후에서야 처음 심전도를 검사해본다는 분도 있었다. 심전도검사가 국가가 시행하는 검사 항목에 포함될 수 있도록 의료 관련 정책적 논의가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며 "부정맥의 진단과 치료는 심장 질환 중에서도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 따라서 해당 분야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의 심장박동이 전하는 메시지에도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고 강조했다.

◆맥박 확인하기, 어렵지 않아

맥박을 확인하는 방법은 요골동맥이나 목동맥을 촉지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왼손이나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로 다른 손목의 바깥쪽 부위 맥박을 느끼면서 맥박이 규칙적인지, 또는 강하고 약한 맥박이 불규칙적인지 약 30초간 측정한다. 이 맥박수를 2배 하면 1분간 맥박수가 된다.

목에서 기도의 옆부분에서도 동일하게 맥박을 느낄 수 있다. 규칙적이라 해도 1분간 맥박수가 빠른 경우는 건강의 이상 신호일 수 있다.

도움말 신동구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요골동맥을 통한 맥박촉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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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맥을 이용한 맥박촉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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