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김철용(농업회사법인 다산㈜ 대표) 씨 큰아버지 고 김용암 씨

가난한 시골집 장남으로 도시에서 자리 잡느라 갖은 고생 하셨습니다
골목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비산동에서 쌀가게 운영하셨지요

김철용 씨의 큰아버지 고 김용암 씨의 생전 모습. 작은 체구에 짐을 가득 지고 사셨던 큰아버지의 인자한 모습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김철용 씨 제공.
김철용 씨의 큰아버지 고 김용암 씨의 생전 모습. 작은 체구에 짐을 가득 지고 사셨던 큰아버지의 인자한 모습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김철용 씨 제공.

나는 세 분의 큰아버지와 고모 두 분, 그리고 작은 아버지가 계신다. 아버지는 칠남매의 여섯 째로 태어나셨다.

재작년 셋째 큰 아버님이 돌아가셨고, 지난 해 가을 제일 큰 아버님께서도 돌아가셨다. 외국에 살고 있어 마지막 가시는 길에 인사도 못 드려 두고두고 죄스럽다. 오늘 지면을 빌어 두 분의 명복을 빌고, 추억을 떠 올린다.

어르신들 고향은 '소두불'이라 불리는 동네다. 지금은 달성군 논공공업단지 자리로, 공업지역으로 개발되면서 동네의 흔적은 대부분 사라졌다. 장남이셨던 큰아버님은 일찍 도시인 대구로 나오셔서 서구 비산동에서 쌀가게를 하셨었다.

비산동은 염색공단, 3공단에 일하러 다니는 서민들이 많이 살았고, 의성, 고령, 성주 등 시골에서 온 분들이 주로 정착하는 곳이다. 손수레 하나쯤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에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 있고, 한 집에 여러 세대가 세들어 살던 곳이다. 고춧가루 빻으시며 인사 받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큰아버님은 늘 일을 손에 잡고 사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큰 아버님은 경상도 남자답게 잔정이 없으시고, 깐깐하셨다. "공부 잘 하나?", "반에서 몇 등 하노?" 어릴 적 명절이나 집안 경조사에서 인사드리면 매일 같은 질문을 하시곤 했다.

"여물게 해라" 짧게 지나치듯 하신 말씀이 요즘에도 자주 떠오른다. 그러고 보면, 늘 이야기를 듣는 편이셨고, 말씀을 길게 하신 적이 없으셨다. 아마도 자그마한 체구에 장남의 짐을 가득 지고 사신 듯하다.

나는 지금 '키르키스스탄'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다. 몇해 전 잠시 귀국해 인사드리니 불쑥 이렇게 말씀하셨다. "외국에 오래 있지 말고, 귀국해서 아버지 어머니 곁에 살도록 해라."

조카가 어떤 계획이 있는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기 보다, 당신의 동생이 아들 그리워하는 모습이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생각지도 못한 말씀에 그러겠노라 답변 드렸었다. 외국 생활에 가장 마음에 걸리는게 어른들이 늙어가시고 가까이에서 함께 못하는 것이다. 아직 큰아버님 뜻 대로 행치 못해서 죄송하다. 늦지 않게 약속 지킬 수 있도록 다짐한다.

큰어머님은 몇 해 전 먼저 작고하셨다. 큰아버님은 늘그막에 아픈 아내 병 수발 들며 살림 하시면서 사셨다. 변변한 재산 없는 시골의 칠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일찍이 도시로 나와 자리 잡으려고 갖은 고생을 하셨을테다. 어른들 봉양하고, 어린 동생들 이끌고, 네 남매 키우고 살림 내어 주시고, 이런 저런 짐들을 가득 짊어지고 사셨을테다.

큰아버님,
이제 편히 쉬십시오.
큰 어머님 만나 아프지 않는 곳에서 좋은 것들만 생각하시고, 두 분 못다한 정 내시고, 고생을 달고 산 남은 형제들 좋은 세상 잘 누리도록 건강 챙겨주시고, 자손들 구김살 없이 우애있게 살도록 두루 살펴주세요.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2012년 형제들 내외와 봄나들이 당시 촬영한 사진. 왼쪽 첫 번째가 김철용 씨, 오른쪽 옆이 큰아버지 고 김용암 씨. 가족 제공.
2012년 형제들 내외와 봄나들이 당시 촬영한 사진. 왼쪽 첫 번째가 김철용 씨, 오른쪽 옆이 큰아버지 고 김용암 씨. 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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