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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일방적 희생 요구가 아닌 신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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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진 신문국 국장석 부장

정욱진 신문국 국장석 부장.
정욱진 신문국 국장석 부장.

지난 주말 처음으로 코로나19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았다. 콧속으로 들어오는 면봉의 끔찍한 느낌보다 생생한 기억으로 남은 건, 이 검사를 받기 위해 선별진료소 앞에 늘어선 긴 행렬이었다.

2년 전 대구에서 신천지 사태가 발생하며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을 당시의 모습과 크게 달라진 게 없어서 놀랐다.

백신도 맞을 만큼 맞았고, 치료제까지 나온 마당에 2022년 연초도 2020년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곳곳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으로 인해 일상이 중단되고, 사랑하는 가족을 얼굴도 못 본 채 떠나보내야 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중환자 병상은 여전히 모자라고, 의료진은 지쳐 쓰러지고 있다. 2년 동안 익숙하게 겪었던 풍경이다.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젠 수만 명대의 확진자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6일 0시 기준으로 전국 신규 확진자가 1만3천12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만 명을 넘은 것은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대구경북도 심상찮다. 26일 0시 기준으로 대구경북 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천117명(대구 672명·경북 445명)으로 집계됐다. 대구경북에서 하루 확진자 수가 1천100명을 넘은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2배 이상 센 오미크론 변이가 국내 우세종이 된 이후 신규 확진자 수가 계속해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대본이 서정숙 의원실에 제출한 '단기 예측 결과'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전파율이 델타 변이의 3배일 경우 내달 중순 신규 확진자 수는 2만7천∼3만6천800명에 달하고, 내달 말 7만9천500∼12만2천200명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한다.

오미크론 변이 전파율이 델타 변이의 2.5배라고 가정하면 내달 중순 신규 확진자 수는 1만5천200∼2만1천300명, 내달 말 3만1천800∼5만2천2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지금 상황은 애초 우리가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작년 초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가겠구나'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듯 지난해 신년사에서 '터널의 끝'을 얘기했다.

정부도 거들었다. '짧고 굵게' '마지막 고비' '마지막 거리두기' 등 매번 국민들을 향해 현란한 미사여구를 써가며 협조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터널의 끝'은 보일 기미가 없으며, '짧고 굵게'는 빈말이 됐고, '마지막 고비'와 '마지막 거리두기'도 지금까지는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또다시 "이번 위기가 마지막 고비라고 생각하고, 부스터샷 접종과 거리두기에 나서줄 것"을 신신당부했다.

얼마 전 후배 기자들이 쓴 '코로나19 악몽 2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얘기'에 가슴이 뭉클했다.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대출을 늘려 직원 월급을 챙기며 버티다 결국 가게 문을 닫고 막노동 현장으로 달려간 사장님, 영업 제한만 풀어 달라고 눈물을 흘리는 식당 업주들의 사연이다.

이들은 대부분 정부의 방역 정책에 묵묵히 따르다 보면 악몽에서 벗어날 것이란 기대감을 가졌을 터이다. 하지만 올해도 이들은 설 명절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젠 정부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기본권 제한을 통한 국민 희생만 강요하는 방역 정책은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 2년 넘게 방역 데이터도 쌓인 만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백신 접종과 삶의 질을 높일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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