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이재명의 눈물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1999년 2월 1일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은 검사 25명 등 판검사 30명이 연루된 대전지검 법조 비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에 앞서 김 총장과 이원성 대검 차장 등 검찰 수뇌부가 대전지검 법조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몰아 사퇴시키려 한 심재륜 대구고검장이 1월 27일 근무지를 '이탈'해 대검 청사 별관 1층 기자실에서 '국민 앞에 사죄하며'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요지는 "검찰 총수 및 수뇌부는 후배 검사들의 사표를 받기 전에 무조건 먼저 사퇴하라"는 것이었다.

검찰을 발칵 뒤집은 '항명'이었지만 여론의 지지는 컸다. 이에 대한 대응책이 김 총장의 대국민 사과였다. 그 백미(白眉)는 김 총장의 눈물이었다. 김 총장은 대전 법조 비리로 드러난 검사들의 전별금 수수 관행에 대해 사과하면서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무릅쓰고 후배 검사들의 사표를 받고 그 가족들에게 평생 남을 고통을 안겨준"이라는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고 하얀 손수건으로 닦았다.

이를 TV로 지켜본 국민의 반응은 '쇼 하네'였다. 실제로 그랬다. 김 총장의 눈물은 '의도된 눈물' '준비된 눈물' '연출·기획된 눈물'이었다. 김 총장이 눈물을 흘리고 하얀 손수건으로 닦은 것은 대검 중간 간부들의 아이디어였음이 훗날 드러났다.

이런 위선적 눈물을 '악어의 눈물'이라고 한다. 가짜 눈물로 동정심과 연민을 유도하는 위선적 행동을 가리킨다. 이 말의 기원은 '나일강 악어는 사람을 잡아먹고 난 뒤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고대 이집트의 속설이라고 한다. 그러나 악어의 눈물은 순수한 생리현상일 뿐이다. 악어는 침샘과 눈물샘이 가까이 붙어 있는데 먹이를 먹으려고 입을 크게 벌리면 침샘이 눈물샘을 자극해 눈물을 흘리는 것이라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성남 상대원시장에서 형과 형수에게 '쌍욕'을 한 사실에 대해 그 연유를 설명한 뒤 "제가 욕한 거는 잘못했다. 인덕이 부족했다. 이런 문제로 우리 가족의 아픈 상처를 그만 좀 헤집으시라"며 눈물을 쏟아냈다. '악어의 눈물'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고인이 된 형의 영전 앞에서는 물론이고 형수에게 먼저 사과했다는 소리가 없는 것을 보면 지지율 만회를 노린 '눈물 쇼'라는 의심은 떨치기 어렵다. 그리고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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