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대구의 한 어린이집. 외부로 노출된 건물 뒷편 천장에 석면이 포함된 천장 마감재가 눈에 띄었다.
이 건물은 지난 2012년 7월 석면 건축물 조사에서 석면이 포함된 건축 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돼 관리 대상으로 지정됐다.
이후 10년이 흘렀지만 석면 자재는 원생들이 주로 생활하는 보육실과 복도 등 900여㎡ 공간에 걸쳐 그대로 남아있었다.
실내는 노출된 석면 마감재 위에 합판을 덧댄 뒤 석고보드를 붙이고 한지로 마감하는 방식으로 가려둔 상태였다. 이 곳은 지난 2005년부터 세 차례 소유주가 바뀌면서도 17년째 어린이집으로 운영돼 왔다.
이 어린이집 원장 A씨는 "2020년 인수를 하면서 석면이 날리거나 손상이 가지 않도록 처리를 해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원생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에 석면이 날리거나 손상된 경우는 없지만, 방학 기간과 재정 상황 등을 고려해 철거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내 어린이집 건물 중 상당수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포함된 마감재가 방치되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장기간 석면에 노출될 경우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 등의 호흡기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27일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시내 어린이집 1천184곳 가운데 6%인 71곳에 여전히 석면 자재가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0년 전수 조사 당시 70곳이었던 석면 건물은 지난해 국공립어린이집 3곳이 석면을 철거하거나 폐업하면서 67곳으로 줄었다. 그러나 일부 어린이집이 석면 자재를 그대로 둔 채 재개원하면서 전체 숫자는 오히려 1곳이 늘었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7월 '석면안전관리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지원 근거를 마련했다. 시는 올해 지역 내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석면건축자재 철거 희망 수요조사를 거쳐 철거 신청을 하는 어린이집에 철거비 전액과 개량비 100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그러나 수요 조사에서 석면 자재 철거 의사를 밝힌 어린이집은 절반에 못 미치는 35곳에 그쳤다. 대부분 원생 수가 많지 않은 면적 390㎡ 이하의 소규모 어린이집이다.
대구시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는 "낮은 출산율에 원생들도 줄고 있는데다, 어린이집은 일단 수리를 시작하면 고칠 곳이 워낙 많아 철거비만 생각하고 무작정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석면 철거를 강제할 방법도 없다. 석면안전관리자가 6개월마다 건축물의 유해성평가 및 손상 여부를 확인해 기록하고, 공기질 조사(2년)와 보수교육(2년)을 받으면 존치할 수 있어서다.
대구시내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해마다 점검을 한다지만 변경사항이 없다고 하면 현장 점검을 하진 않는다"면서 "제대로 관리 감독을 하는 동시에 현실적인 지원책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 관계자는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으면 강제 철거할 법적 근거가 없어 지원금을 통해 자진 철거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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