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인 27일 대구 산업현장은 '초긴장' 상태였다.
혹여라도 '중대재해법 적용 1호'로 낙인 찍힐까 두려워하는 분위기마저 감지됐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전국 선두권 건설업체와 달리 화성산업, 태왕, 서한 등 지역 업체는 대부분 28일까지 작업하고 설 연휴를 지나 내달 3일부터 일을 재개할 계획이다.
이날 오전 7시쯤 찾은 대구 한 건설 현장 아침조회 분위기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현장을 직접 찾은 임원 A씨는 중대재해법 시행 첫날인 만큼 공정마다 안전수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작업 구역마다 주의해야 할 위험 요소를 하나하나 공지하며, 안전 시설물이 없는 상태에서는 작업을 즉각 중단해 달라고 신신당부하는 모습이었다.
작업이 시작되자 공사, 품질, 전기, 설비, 토목 등 파트별 직원 전부가 안전 관리자가 돼 현장 곳곳에 도사린 위험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한 시간에 두 번씩 돌아가며 순찰했다.
A씨는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법적 제재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나지 않게 현장을 관리하는 것이다. 안전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조건 작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 장비가 많은 지역 염색업계에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최근에는 자동조액장치(염색원료를 자동으로 배급하는 공급기)가 많이 보급됐지만, 이전에는 염색원료를 직접 들고 옮기다가 넘어져 실명하는 사례도 생겼다. 근로자가 발판을 밟고 올라가 염색된 천을 기계에서 빼내다가 넘어지는 사고도 종종 생긴다.
이날 오전 방문한 대구염색산업단지 한 공장 사무실 책상에는 중대재해법 관련 자료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중대재해법 시행에 맞춰 안전을 더욱 신경 쓰자는 의미로 근무지 곳곳에는 안전 표지판과 현수막이 설치됐다. 제품 출구 위에는 '솔선수범, 전원참여, 원칙준수'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공장 관계자는 "문제라도 생기면 대표이사나 임원이 이전과는 다르게 책임을 져야 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태다"고 말했다.
대구염색공단 관계자는 "안전팀이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현장에 불시점검을 나가고 있다"며 "근래 사고가 없긴 했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차부품업계도 '시범케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역 중견 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안전관리 책임자를 새롭게 임명해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다"며 "업계에서는 '중대재해법 제 1호'가 되면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이날 중대재해법 시행에 대비해 건설현장과 관할 산업단지 대응현황을 집중 점검하고,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와 업종별 자율점검표 등을 배포하며 기업 지원에 나섰다.
중대재해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경제단체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는 이날 경영계 입장을 발표하고 "기업 입장에서 무엇을, 어느 정도 이행해야 법 준수로 인정되는지 알기 어려운 혼란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총은 "중대재해를 근절하려 기업의 안전관리 역량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음은 경영계도 적극 공감한다"면서도 "과도한 처벌 수준과 법률 규정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의무 준수를 위해 큰 노력을 하는 기업조차도 처벌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입법 보완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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