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A씨는 최근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오는 3월 대선 투표 및 개표 사무원 모집 공문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A씨는 "선관위 요청을 모른 척할 수는 없고 어느 정도 인원을 추천해줘야 하는데, 빈약한 보상 때문에 지원자가 거의 없어 입장이 난처하다"고 했다.
오는 3월 대통령 선거, 6월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투표 및 개표사무원의 '열정페이'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공사, 공단 등 공공기관 직원들을 우선 모집 대상으로 하는 투표 및 개표사무원들은 휴일 및 야간에 긴장 상태로 장시간 근로를 해야하지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수당을 받고 있다.
이때문에 매년 참여 기피 경향이 심화하면서 협동조합 및 금융기업은 물론 일반인까지 투표 및 개표사무원으로 충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오는 3월 대선 투표사무원의 임금은 수당 및 사례금을 포함해 10만원에 그친다. 공식 근로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로 13시간 30분이지만 실제 근로시간은 14시간에 가깝다. 휴일이나 연장근로수당은커녕 올해 최저임금 9천160원을 적용한 12만8천240원에도 못 미친다.
오후 4시 30분부터 개표 완료시까지 일하는 개표사무원은 6만원을 받는다. 다만 개표작업이 다음 날까지 이어지면 추가 수당이 붙는다.
공공기관에서는 협조를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구의 한 에너지공기업 관계자는 "직원들도 대체로 기피하는 편이고, 협조하는 대신 공가 처리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수당이 비현실적이어서 나오는 얘기 같다"고 했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도 "선관위에서 요청이 매번 오는데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억지로 보내지는 말자는 분위기라서 지난 총선 때도 추천 인원이 0명이었다. 거의 매번 그랬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협동조합이나 금융기업들도 구인 협조요청을 받지만 반응은 비슷하다. 대구의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휴일근무인 점을 감안하면 원치 않는 사람이 많다. 선관위 요청을 모른 척 하기 어려워 전날 밤늦게 일한 사람을 배려해주자는 차원에서 다음날 오전 휴가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투표 및 개표사무원의 열정페이 논란에도 임금 인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원은 지난해 6월 제기된 관련 소송에서 투표 및 개표사무원 등 선거사무종사자는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아닌 '공법상 근로계약'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대구시 선관위 관계자는 "올해 대선은 5년 전보다는 수당을 1만원 인상했다.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를 알고 있고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한 번에 인상하기는 어렵다"며 "최종적으로 미달하는 인원은 신뢰할 수 있는 일반인으로 충원을 하고 있다. 관련 법상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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