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에도 충분히 잘할 수 있는 일을 내일까지만 미루지는 말라."
이 말은 마크 트웨인이 "벤저민 프랭클린이 한 말"이라며 지어낸 말이다. 그러니까 벤저민 프랭클린은 저렇게 말한 적이 없다. 대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말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명언은 남겼다. 미국 역사상 가장 다재다능한 인물로 손꼽히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전방위에 걸친 재주를 마크 트웨인은 자신의 책 '웃음과 비탄의 거래'에서 특유의 풍자와 유머 감각으로 버무려놓았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연을 날려 번개가 전기라는 사실을 증명했고, 피뢰침·다초점 안경·순환 난로 등 수많은 발명품을 남겼으며, 태양의 흑점을 연구하고 지진의 원인을 규명하는 등의 천재적인 성취를 이룬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온갖 기지 넘치는 명언을 남기며 시간 관리의 대명사로 자기계발적 생활까지 충실히 실천했으니 마크 트웨인의 '그래, 당신 잘났수' 하는 듯한 풍자에 저절로 씩, 웃게 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 프랭클린이 하던 모든 일을 그대로 따라 해야 했다. 그래서 지금 내가 이 꼴이 된 것"이라며 투덜대는 마크 트웨인의 삶도 프랭클린과 비교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거다. '누가 누구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의 삶도 극적이고 전방위적이며 잘났다.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왕자와 거지' 등과 같은 걸작을 남겨 미국 문학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과학기술과 발명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을 뿐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증기 엔진, 콜로타입 인쇄기, 식자기계 등을 발명했으며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인종차별, 여성차별에 반대하는 사회비평가로도 열성적인 활동을 펼쳤다.
신년에 다짐한 '하루 만 보 걷기'를 이제야 시작하며 두 '잘난' 사람의 '미루는 마음'에 관한 자세를 생각했다. 프랭클린의 명언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마크 트웨인이 지어낸 말은 묘하게 통쾌하다. '묘하게'라고 쓰긴 했지만 사실 내일까지도 미루지 말라는 일을 모레까지 미룰 수 있는 여지를 주니 마냥 좋은 거다. "(잔말 말고) 그냥 오늘 해"라고 일갈하는 듯한 프랭클린의 명언은 당장이라도 행동하게 고무하니 좋은 말이다. 마냥 좋은 것과 좋은 말이라고 하는 것의 간극은 좀 멋쩍지만 어쩔 수 없다.
여하튼 '미루는 마음'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있어야만 시작되는 마음이다. 또한 미루고 미루는 동안 그 일을 끊임없이 생각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무언가 미루는 것이 있다면 언젠가 이루고 싶은 것, 이뤄야 할 것이 있다는 말일 테니 그 마음을 응원한다. 모든 미루는 마음이 품고 있는 소망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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