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구미보 하류 감천 합수부.
강 수위를 1m 내리자 부챗살로 자란
금빛 모래톱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바닥을 긁어낸 지 10년.
그새 강바닥을 이만큼 채웠습니다.
그 모래톱 한복판에 내려앉은 두루미 네 마리.
해마다 찾아주는 귀한 겨울 손님입니다.
해평 백사장이 비좁도록 수천 마리씩 드나들다
넓디넓던 모래밭이 사라지면서 모두 떠났지만
그래도 고향을 잊지 않는 발걸음이 대견합니다.
낙동강 모래톱은 야생의 오아시스.
먹고 쉬고 자고 알도 낳는 철새들의 보금자리.
특히 두루미에게는 먼 북녘에서 따듯한 남쪽으로
수천 km 생존 비행길에 꼭 들리던 휴게소였습니다.
그때 해평습지·달성습지 백사장이 그랬습니다.
낙동강 모래톱은 수질 청소부.
아스팔트를 훓고, 들판을 적시고 모여든
지친 흙탕물을 마다 않고 어루만져 씻어줍니다.
지하수 동네 우물은 옛말. 지표수 수돗물로 쓰는
찌든 강물을 공짜로 걸러주는 천연필터입니다.
구미 해평취수장은 이곳에 있습니다.
구미·김천·칠곡이 여기서 길어 마십니다.
감천이 실어온 고운 모래 덕에 수질도 그만입니다.
모래톱이 커질수록 강물은 더 맑아집니다.
대구 시민들이 맛볼 날도 머지않았습니다.
보 개방에 논란이 많았습니다. 낙동강 수계
130개 취·양수구가 만수위에 맞춰 설계된 탓입니다.
올해부터 4년간 개선공사를 벌이고 나면
들판의 생명수로, 식수로, 겨울철엔 수위를 낮춰
야생의 휴식처로 나누는 '상생의 강'이 될 것입니다.
물그릇을 키우려 바닥까지 싹싹 긁었지만
위대한 자연이 이렇게 또 모래톱을 만들었습니다.
감천에서, 고령 회천에서 크고 작은 지천에서
금 모래빛이 반짝이던 '엄마의 강' 낙동강으로
오늘도 쉼 없이 모래를 실어 나릅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