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홀로 키운 손자 대학 보내야하는데…아픈 몸이 원망스러워"

빚쟁이 피해 가출한 아들, 돈 번다고 집 나간 며느리…서툴렀지만 최선 다해 돌봐
손자 클수록 할머니 몸은 움직이지 않아…철든 손자는 "건강하게 계셔달라"

할머니 라애선(가명·81) 씨와 손자 준형(가명·17) 군. 배주현 기자
할머니 라애선(가명·81) 씨와 손자 준형(가명·17) 군. 배주현 기자

따스한 햇살이 스며드는 한 임대아파트 거실에 누운 할머니 라애선(가명·81) 씨가 눈을 지그시 감는다. 감은 눈 뒤로 10여 년 전의 한 장면이 펼쳐진다. 라 씨의 입가엔 작은 미소가 퍼진다.

경북 한 시골 마을의 작은 유치원 입구에는 라 씨의 손자 준형(가명·현재 나이 17)이 1년 동안 배우고 만든 작품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그해 연말에 열린 유치원 행사에 초대받은 라 씨는 입구부터 늘어선 많은 작품 속 유독 눈에 띄는 손자 작품에 절로 미소를 짓는다.

아들 부부가 라 씨에게 맡기고 떠나버린 하나뿐인 손자. 안타까운 마음에 많이도 울었지만 손자는 라 씨 삶의 원동력이 됐다.

◆아들 부부가 맡긴 손자

18년 전 아들은 집을 나갔다. 공무원이었던 아들은 지인과 함께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공직을 떠났다. 하지만 얼마 못가 투자자가 도망을 가버리면서 부도가 났다. 직원들에게 밀린 월급을 주고자 이리저리 빌린 사채는 결국 아들의 발목을 잡았다. 감당할 수 없는 빚더미에 아들은 사채업자에 쫓기다 집을 나갔다.

아들이 사라지고 라 씨는 한 달을 눈물로 지새웠다. 연락이 닿지 않아 생사를 알 수 없었고 아들을 봤다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아들이 세상을 떠난 줄만 알고 몇 날 며칠을 울었다. 무너져가는 마음을 다잡아야 했던 건 손자 때문이었다. 아들이 떠나고 며느리는 돈을 벌어야 한다며 8개월 된 손자를 라 씨에게 맡겼다. 하지만 그 길로 며느리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 아빠를 모두 잃어버린 어린 손자는 그렇게 라 씨네 부부에게 왔다.

서툴렀지만 최선을 다해 키우고 싶었다. 남편 대신 라 씨는 편치 않은 몸으로 일용직, 공사장을 전전하며 일당을 벌었다. 키우는 재미도 컸다. 학교 운동회가 열리는 날이면 남편과 바리바리 음식을 싸 들고 뒤쫓아 갔다. 어린 마음에 허리가 굽어버린 할머니를 부끄러워하는 손자의 모습에 한없이 미안한 할머니이기도 했다.

손자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컸지만 라 씨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무릎 관절은 나가버렸고 오래전부터 앓고 있던 뇌신경 이상으로 칼로 찌르는듯한 심한 얼굴 통증에 시달리는 '삼차신경통'으로 일을 못 하게 됐다. 손자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무렵 고령의 남편에게도 치매가 왔다. 이들은 오로지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 등록금도 마련 어려워

학원 한번 가지 못했고 마음껏 놀아보지도 못했던 손자였지만 투정 한번 않고 묵묵히 노부부 곁을 지켰다. 함께 사는 부모가 없다는 걸 어린 나이에 안 준형이는 일찍 철이 들었다. 오랜 기간 치매를 앓던 할아버지가 2년 전 세상을 떠나면서 이제 준형이 곁에 남은 핏줄은 할머니뿐이다. 심한 허리 통증으로 아예 걷지를 못하고 방바닥을 기어 다니는 할머니 모습에 얼른 성인이 돼 하루빨리 돈을 벌어 호강시켜드리고 싶다.

준형이는 요즘 라 씨에게 "군대 제대까지만 건강하게 계셔달라"라고 한다. 없는 형편이기에 대학 진학은 어렵다는 걸 안 그는 학교 졸업 후 곧바로 군 입대를 생각 중이다. 군대를 빨리 다녀온 뒤엔 어떻게든 돈을 벌어 번듯하게 일어서고 싶지만 그가 그리는 미래에 할머니가 없을까 사실 마음은 불안하다. 최근 할머니가 넘어지면서 척추가 골절돼 속상함이 크다.

라 씨 역시 이제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안다. 손자 대학교 갈 돈도 마련하지 못했는데 자꾸 다치기만 해 돈이 들어가는 본인의 몸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수급비와 노령연금으로 한 달 생활비는 90만원이 전부인데 의료비만 40만원이 든다. 남은 돈으로 월세와 생활비, 병원 교통비를 감당하면 손자를 위해 쓸 돈은 아예 없다. 대학 대신 군대를 선택하겠다는 손자에 억장이 무너지지만 정작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벽에 겨우 기대앉은 라 씨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준형아"라고 부른다. 다른 방에 앉은 준형이 재빨리 걸어온다. 연신 괜찮다는 그였지만 돌린 고개 뒤로 꽁꽁 감춘 갖은 걱정들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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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전달 내역]

◆20년째 암 투병하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고태정 씨에 1,958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대장암, 직장암 등 20년째 암 투병으로 힘겨워 하고 있는 고태정(매일신문 1월 18일 자 10면) 씨에 1천958만50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전시형 10만원 ▷박상훈 5만원 ▷이점순 5만원 ▷김강현 3만3천원 ▷김점숙 3만원 ▷신종욱 2만원 ▷최선태 2만원 ▷김갑용 1만5천원 ▷안봉철 1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암 투병하는 남편과 간질 심한 두 딸 홀로 돌보는 김옥순 씨에 2,749만원 성금

남편은 암 투병으로 경제 활동이 어렵고 두 딸은 간질이 심한 데다 최근 화상까지 입어 이들을 홀로 돌봐야하는 김옥순(매일신문 1월 25일 자 10면) 씨 사연에 59개 단체 247명의 독자가 2천749만8천665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DGB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60만원 ▷다우약품 50만원 ▷세무법인송정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박찬종) 4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4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구미현대병원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황금치과의원(박철기)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20만원 ▷㈜삼이시스템 2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2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2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표음악학원(최영은) 10만원 ▷혜민학원(조현모) 10만원 ▷베드로안경원 10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10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10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10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다빈치커피대명마루점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창성공업사(남정복)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버섯꽃피다농원(박상일)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덕일약품(이병규) 2만5천원 ▷24시해장국식당(김천규) 2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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