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방구석 여포

김병훈 서울뉴스부 기자
김병훈 서울뉴스부 기자

지난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안동예천)은 당시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대장동 사태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추궁했다.

국감을 앞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이 후보와 같은 변호사 출신인 김 의원에 거는 기대는 상당했다. 하지만 이날 김 의원은 결정타 한 방 없이 이 후보를 고이 귀가시켰다. 즉문즉답으로 위증을 유도하려 했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이 후보는 김 의원의 공세를 너무도 쉽게 피해갔다.

이 후보에게 판정패를 당했던 김 의원은 최근 군위군 대구 편입을 반대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후보의 각종 의혹을 추궁할 때보다 공격력이 더 강해졌다는 사실이다. 김 의원은 '의견 수렴이 더 필요하다. 급히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군위군 대구 편입 앞을 마치 여포처럼 가로막고 섰다.

대구경북(TK) 통합신공항은 군위군 대구 편입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다. 김 의원을 비롯한 TK 국회의원 전원이 이에 동의하는 서명까지 했다. 그런데 편입법안의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 부의를 앞두고 김 의원은 갑작스럽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경북 국회의원 다수의 반대 의중을 대표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누가 반대하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김 의원은 "다들 주뼛해하는 거지"라며 말을 아낀다. 실제 "내가 반대한다"고 밝히는 사람도 없다. 속으론 탐탁지 않을 수 있어도 지역 백년대계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이미 약속한 사안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각에선 김 의원이 군위군의 대구 편입으로 인한 지역구 조정 우려로 갑자기 몽니를 부린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진 않다. 하지만 김 의원이 경기 일산 자택에서 인천공항까지 1시간 걸릴 때, 지역구 주민들은 3시간 이상 소요되는 상황이 본인 탓에 무한정 길어질 수 있다는 걱정은 감출 수 없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렸다'식의 반대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김 의원은 대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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