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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박성현] 대구의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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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서울취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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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이성의 눈웃음 하나에 온 하루가 가득 찬다. 찰나 같은 한 번의 스침을 마음속에 오래 붙들고, 아무렇지 않은 말 한마디에도 의미를 덧붙이며 혼자만의 이야기를 키워간다. 물론 온 마음을 꺼내 상대에게 보여주어도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당신을 가장 생각하는 것은 나라고 혼자 되뇐다.

딱 지금의 대구 얘기다. 어떤 선거를 막론하고 국민의힘에 몰표에 가까운 지지를 보내지만 결정적인 순간엔 차가운 외면을 받는 곳. 항상 우리가 보수정치의 중심이고 뿌리임을 자부하나 정작 호주머니 속은 텅 비어 있는 곳. 그리하여 결국 도시의 미래가 사라져도 '에헴' 하며 체면을 차릴 곳.

어느 때보다 대구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2월에는 대구경북(TK)통합특별법 통과 문제로 국회가 시끌벅적했고, 최근에 대구시장 공천 문제가 화두다. TK통합 문제는 6·3 지방선거 전까지는 힘들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역 중진 컷오프' 논란이 있는 대구시장 공천 역시 논란을 좌초한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의 뜻대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두 현안의 공통점은 지역 민심과 무관한 의사결정이 국회의원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TK는 지난 2020년부터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을 정도로 지역민들의 뜨거운 관심사였다. 윤석열 정부 당시 새롭게 출범한 지방시대위원회의 주요 과제이기도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고, 이재명 정부에서만큼은 타 지역들과 함께 통합의 꿈을 이루리라는 열망이 컸다.

그러나 국회가 유권자들의 민의를 왜곡하면서 TK통합법은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계속된 요구사항을 늘어놓으며 트집을 잡은 여당도 문제지만 더 큰 책임은 TK 의원들에게 있다. TK통합을 원했으나 하지 못했다면 정치력 부족, 본인이 차기 또는 차차기 대구시장·경북도지사를 노릴 수도 있어 슬며시 반대했다면 마땅히 할 일을 하지 않은 셈이다.

대구시장 공천 문제도 마찬가지다. '공천=당선'이라는 공식 탓에 늘 TK는 비TK 의원들에게 혁신의 대상으로 불린다. 아무나 공천해도 당선되는 TK에 혁신이라는 핑계로 '뉴페이스'를 집어넣고, 쇄신이라는 열매는 지도부를 비롯해 비TK 의원들이 따먹겠다는 전략이다. 전당대회에서 TK의 지지로 당 지도부가 탄생했다는 점은 당선되는 순간 잊어버리는 모양이다.

TK 의원이든 비TK 의원이든 대구를 위해 나서고, 일할 사람이 국회에는 보이지 않는다. TK통합과 대구시장 공천이 아니더라도 꽉 막힌 현안은 부지기수다. TK신공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고, 대구취수원 이전 역시 수십 년째 정치권에서 떠돌고 있다. 수많은 대구 정치인들이 해내겠다던 '대기업 유치'는 어느새 딴 동네 얘기가 됐다.

대구의 순애보 같은 사랑이 남긴 결과는 지역 소멸이다. 중구 동성로와 교동, 수성구 신천시장과 신매광장, 달서구 두류역과 신월성 어디에도 활기는 보이지 않는다. TK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은 등 떠밀리듯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고, 대구에 남은 청년들에게도 지역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물가와 집값이 싸다"는 자기 위로만 남았다.

대구의 현실이 얄궂다고 해서 정치 지형이 바뀔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대구의 추락은 10년 전, 20년 전부터 계속돼 왔고 그때마다 쏠림화된 정치 지형은 비판의 대상이 됐으나 여태껏 달라진 점은 없다. 정치가 바뀌길 기대하기보다 더 늦지 않게 수도권으로 터전을 옮기는 것이 청년들에겐 해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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