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이은수(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 이장) 씨 마을의 '교장쌤' 고 김갑도 씨

공부방·풍물패 만들어 금남리를 평생학습마을로 가꿔내셨습니다
'교장쌤' 기억하기 위해 마을회관 앞 도로를 '갑도'로 부르고 있지요

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의 영원한
경북 칠곡군 왜관읍 금남리의 영원한 '교장쌤' 고 김갑도 교장선생님. 이은수 씨 제공.

그리운 금남리의 영원한 김갑도 교장선생님께.

마을회관에 들러서 화장실도 점검하고 심야전기도 올려놓고 방금 집에 들어왔습니다, 아직 샛뜸 교장선생님의 집에는 장 여사님이 혼자 잠 못드시는지 불이 켜져 있네요.

교장선생님이 가신지 벌써 5년이 되어 가네요. 저를 비롯한 금남리에 남아있는 마을 사람들은 4월이면 슬픔과 그리움으로 몸살을 앓습니다. 꽃피는 금남리, '행복1번지' 금남리를 남겨두시고 어이 가셨는지요.

많은 사람들이 주민자치와 마을평생학습단체가 활성화된 우리마을을 견학하러 오면 언제나 오토바이타고 반갑게 달려오셔서 맞이해 주셨지요. '교장쌤'이라고 하면 모두가 교직에서 퇴임하신 분인 줄 아는데 실은 금남리 10여개 동아리를 총괄하시는 금남리 마을학교의 교장선생님이라고 하면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예전에 마을회관도 하나 없고 마을 땅도 없이 술집만 6곳이 있는 마을에 제가 어린 이장이 되고나니 선생님께선 걱정말라고 힘을 주셨지요. 어른들을 설득시켜 멋진 마을을 만들자며 두 팔 걷고 나서주셨던 교장선생님이 계셨기에 마을회관도 지을 수 있었고 그 뒤로 정월대보름 지신밟기를 할 수 있었으며 한글공부방, 풍물패, 댄스반, 사진반, 서각반을 만들고 어버이날행사와 마을활성화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 이만하면 농사일도 많이했고 이제는 마을을 위해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고 나서주셨지요. 농사일에 바쁜 저를 대신해서 언제나 어디서나 "교장쌤~" 이라고 부르면 반갑게 모든걸 해결해 주시던 분이셨지요.

금남리가 평생학습마을이 되고 2015년도엔 행복마을콘테스트에서 대통령상을 탔을 때 모든 주민들이 얼마나 즐거워했던지요. 지금은 회관옆에 인문학당을 지어서 마을주민들이 탁구도 치고 교육도 하고 요리수업도 합니다. 그 자리에 교장쌤이 계시지는 않지만 기쁜일이나 힘든일이 있을 때마다 저는 되뇌입니다. 이 모든 것들이 '교장쌤' 덕분이라고.

마을사람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고 김갑도
마을사람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고 김갑도 '교장쌤'. 이은수 씨 제공.

알고 계시는지요. 샛뜸에서 더벙골까지 마을회관앞 도로를 갑도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금남에서 제일가는 길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교장선생님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소박하지만 진심으로 열정으로 마을을 위해서 수고해 주시던 모습이 너무 좋아서요. 갑도에 꽃길을 조성하면서 교장선생님 댁 담장따라 곱게 누워있던 꽃잔디를 떠서 갑도 한켠에 심었어요.

그리고 백일홍, 천리향, 코스모스등으로 아름다운 꽃길을 만들었어요. 수시로 주민들이 풀을 맨다고 갑도길에 늘어서 있는 모습은 교장선생님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주민들의 마음이겠지요. 노인회 나들이를 다녀오고 집하장에서 마을회관으로 오토바이를 타고 오시는 길에 하필이면 모질게도 전봇대에 부딪혀 제 품에서 힘겨운 숨을 몰아쉬시던 그날….

마을사람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고 김갑도
마을사람들과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고 김갑도 '교장쌤'. 이은수 씨 제공.

교장선생님을 보내면서 '그래 우리랑 참 재미나게 열심히 마을살이 잘했으니 슬퍼만 하지말고 기꺼이 보내드리자. 우리 모두가 마을의 교장쌤이 되자'고 다짐하면서 추억의 장례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매년 기일이 되면 돌아보기도 싫은 자리이지만 교장선생님을 기리는 그리움에 사고가 났던 자리에 작은 꽃을 놓아둡니다. 교장선생님!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서 마을에 활기가 없습니다. 교장선생님의 너스레와 허풍이 더없이 그립습니다.

매일같이 갑도길을 오가면서 차창을 열고 '교장쌤'을 불러봅니다. 교장쌤 날씨가 추워요. 교장쌤 비가 오네요. 교장쌤 오늘 오이땁니다. 그리운 금남의 어르신, 김갑도 교장쌤. 마을이 있는 한 당신은 전설로 남아 함께 기억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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