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 환자가 연일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가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자 관리 기준을 완화하면서 일상 속 감염 전파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하루 확진자가 5만 명이 넘는 등 방역 인력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접촉자 추적이 중단되고 자가격리도 본인에게 맡기자 '정부가 방역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전국의 신규 확진자는 5만4천122명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 4천555명이 늘어 역대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었다. 지난달 26일 1만3천8명으로 1만 명대를 기록한 지 2주 만에 4.2배가 늘었다. 이날 대구 확진자는 2천329명으로, 이틀 연속 2천 명대를 나타냈다.
이 같은 확산세에 정부는 지난 7일 확진자가 '자기기입식 조사' 방식의 역학조사를 도입했다. 확진자가 직접 설문조사 URL 주소에 접속해 접촉자 등을 입력하도록 했다. 역학조사를 맡았던 보건소 인력을 고위험군 관리에 우선 투입하고자 대면·전화 역학조사를 없앤 것이다.
같은 날 격리 체계도 완화했다. 확진자의 동거인 중 미접종자 등만 격리하도록 했다. 확진자와 식사나 대화를 했더라도 밀접접촉자로서 검사를 요구받지 않는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기반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확진자 동선 파악도 중단됐다. 격리 기간도 증상과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검체 채취일로부터 7일로 단축됐다.
나아가 정부는 QR코드 전자출입명부 등 다중이용시설 출입명부를 쓰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확진자의 접촉자를 추적하는 데 쓰이는 QR코드와 안심콜 등 출입명부가 확진자 급증으로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자기기입식 조사서 등 역학조사가 IT 기반에서 어느 정도까지 이뤄지는지 운영한 뒤 확진자 동선 추적용 전자출입명부의 유지 여부에 대해서도 함께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완화 조치에 감염 관리에 허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역학조사 내용을 스스로 입력하기 때문에 접촉자 파악에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어서다. 조사에서 누락된 감염자가 비감염자와 접촉할 경우 추가 확산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또 동선 파악 앱이 중단돼 생필품 등 필수목적 이외의 자가격리 이탈을 적발할 길도 마땅찮다.
확진된 비동거 가족과 접촉한 A(62) 씨는 "다른 가족의 확진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틀이 지났지만, 보건소 등 방역 당국에서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며 "확진된 가족과 장시간 접촉하지 않아 검사를 하지 않다가 스스로 검사를 받았다. 다른 잠재적 감염자도 아무렇지 않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방역을 포기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QR코드·방역패스 무용론도 확산하고 있다. 식당과 카페 등 자영업자들은 "확진자와 격리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사적 모임 인원과 영업시간을 제한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더이상 실효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역을 민간자율에 맡겼듯이 소상공인들의 영업활동도 자체 판단에 따라야 한다는 것.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 재택치료자 가운데 의료기관이 점검하지 않는 일반관리군이 85%에 달한다. 이들의 경우 앱이 중단돼 방역 당국에 알리지 않고 격리공간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며 "확진 이후에 신속하게 자기기입식 전자 역학조사에 응하고, 격리 수칙을 준수하는 시민의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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