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횡단보도 우회전 안 멈추고 '쌩∼'…내년부터 신호 위반

7월부터 도로교통법 강화, 우회전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선 일시 정지
보행자 위협 운전습관 여전…위반 기준 모호 단속도 고충

9일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에서 한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 녹색 신호에도 위를 지나고 있다. 김재성 인턴기자
9일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공평네거리에서 한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 녹색 신호에도 위를 지나고 있다. 김재성 인턴기자

10일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서성네거리. 교차로 횡단보도 신호가 녹색으로 바뀌자 우회전 차들이 잇따라 횡단보도 위로 진입했다. 차량 진입을 막는 도로교통 도우미가 있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오는 7월 횡단보도 보행자 안전을 위해 교차로 우회전과 관련된 도로교통법이 강화되지만 보행자를 위협하는 운전 습관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7월부터 도로교통법이 강화되면서 우회전 차량은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어도 다가오는 사람이 있으면 운행을 멈춰야 한다. 내년 1월부터는 전방 적색 신호에 우회전하려는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무조건 멈춰야 한다. 멈추지 않으면 신호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강화되는 법에도 대다수 운전자는 보행자를 보호하지 않는 모습이다. 횡단보도 앞에서 정지할 경우 뒤로 차가 밀리면서 빨리 비켜야 한다는 조급증이 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모(26) 씨는 "규정은 알고 있지만 우회전 시 보행자가 있을 때만 멈추고 그냥 지나간다"며 "뒤에서 차가 밀리는 경우가 있어 빨리빨리 비켜주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단속도 쉽지 않다. 위반 기준이 모호한 데다 대면 단속이 아닌 국민신문고 등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단속을 해야 할 경우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편도 8차로 이상의 큰 도로는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진입해도 반대편 우회전 차량과는 거리가 멀어 위반 기준이 모호할 수 있다"며 "출퇴근 시간과 맞물리면 차량 정체에 대한 민원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차량 제한 속도를 줄이면서 사고 위험을 점차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 방재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우선 계도기간을 통해 안전속도 5030에 맞춰 차량 속도를 절대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제도를 안착해야 한다"며 "보행자가 없을 것 같아도 자전거나 뛰어오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속도를 줄이는 습관부터 횡단보도 앞에선 일시 정지하는 습관까지 차츰차츰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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