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평창장애인올림픽에 친구가 선수촌장을 한 인연으로 사흘간 선수촌과 경기장 구석구석을 볼 기회가 있었다.
많은 볼거리가 있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각국에서 파견된 방송국들의 취재 방식이었다.
우리 방송국은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메달 유망주에게 방송이 집중되었다. 여러 방송국은 같은 시간대에, 똑같은 경기를, 해설자만 달리해서 중계를 했다. 메달이라도 따면 몇 번이고 그 장면을 돌리고 또 돌렸다.
다른 나라 선수들의 경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가 경기를 하거나, 인기 있는 종목 위주로 중계를 했다. 올림픽 기록을 경신하거나 메달을 따면 그 선수의 인간 승리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올림픽 경기에는 승리자의 모습만 보였고, 패배자의 눈물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항상 그런 중계가 아쉬웠다.
올림픽이란 현장에 오기까지 각 나라 선수들은 4년간 피와 땀을 흘렸을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사연이 있겠지만 조명을 받는 것은 메달을 따는 소수자의 몫이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목표는 메달이지만, 국민들은 선수들의 성공과 실패를 보면서 각각의 삶에 교훈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많은 예산과 인원을 동원한 방송국의 역할은 메달을 따는 것을 넘어서 구석구석 숨어 있는 선수들의 감동 이야기를 발굴해 국민들에게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이러한 좁은 시야의 중계방송 때문에 2002년 솔트레이크 올림픽 때 안톤 오노 선수의 반칙에 열을 올리는 동안 호주의 스티븐 브래드 버리가 계속 꼴찌로 달리다가 금메달을 딴 것을 단순히 운이 억세게 좋은 선수라는 한마디로 일축해 버리기도 하고,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일본 남자 육상 대표팀이 은메달을 받은 것도 외신을 통해서만 알게 된다는 사실이 아쉬운 것이다.
일본 육상 팀의 경우 변변한 100m 기록도 없는 선수들을 바통 터치 하나만으로 갈고닦아 세계 정상으로 만드는 과정은 기적이고 배울 것이 많지만 우리 방송에서 제대로 다루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선수촌에 가서 보니 외국 방송들은 달랐다. 물론 자국 선수들 위주의 중계도 많았지만 숨어 있는 이야깃거리를 많이 다루고 있었다. 특히 일본의 NHK가 눈에 띄었다. 우리 방송국들보다 많은 장비와 인력이 투입되었고, 다양한 취재와 이야깃거리를 찾아다니고 기록하고 있었다.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편파 판정 때문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시끄럽다. 물론 편파 판정인 것 같기도 하고 중국에 대해 화도 난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이 강한 쇼트트랙 위주, 메달 위주로, 개인 잡담 수준의 어린 선수 출신들을 해설자로 내세워서 감탄사나 연발하고 분노의 언어만 중계하는 방송국을 보면 이런 모습이 오히려 화가 난다.
잘못된 판정이 있으면 좀 더 전문적인 분석으로 차분하게 접근하자. 억울한 것이 있어도 그러려니 넘기자. 메달 뺏기고 우리들 분노만 올라가면 우리만 손해다. 어려운 여건 가운데 열린 올림픽을 보면서 세계 각국 선수들의 피와 땀, 눈물, 웃음을 같이 느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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