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 상가에 독특한 느낌의 '공간'이 문을 열었다. 천장이 트여있는 이 공간은 다양한 미술품이 전시돼 있지만 한 사람의 작품만 있는 것은 아니고, 꽤나 심오한 느낌의 추상미술품도 있지만 그 아래에는 장난감 블록으로 조립된 차도 함께 진열돼 있다.
'몽유문화(夢YOU文花)'라는 이름을 단 이 전시공간의 주인장 남궁현숙(55) 대표는 이 곳을 '문턱이 없는 예술 놀이터'라고 정의한다. 남궁 대표는 "예술을 굳이 찾아가서 보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공간에 들어오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만든 공간"이라고 말했다.
예전부터 도시공공디자인 관련 업체를 운영해왔던 남궁 대표는 아파트 공사장 안전펜스에 디자인을 입혀 아파트 공사 현장을 공공미술관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 때 얻은 영감으로 '문화와 예술을 주거공간으로 끌어들이자'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걸 발전시킨 것이 지금의 '몽유문화'라는 공간으로 나타났다.
'몽유문화'라는 이름도 뜯어보면 독특하다. 중간에 'YOU'라는 영어가 들어가기도 하지만 '문화'의 '화'를 '될 화(化)'가 아닌 '꽃 화(花)'로 쓴 것도 눈길을 끈다. 남궁 대표는 "이 공간의 이름을 짓다가 '몽유도원도'가 떠올랐고, 이를 이름에 반영하면서 '당신의 꿈을 꽃피우는 곳'이라는 뜻을 반영하기 위해 '유'를 '너'라는 뜻의 영어 'YOU'로 바꿨다"고 말했다. '꽃 화'를 쓴 것도 '꿈을 꽃피우라'는 뜻에서 바꿨다고 한다.
남궁 대표는 '몽유문화'라는 공간이 '문턱 낮은 예술 공간'임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사실 남궁 대표가 '몽유문화'를 만들게 된 계기도 미술을 전업으로 하지 않는 일반인들을 미술에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공간이기 때문이다.
"제가 결혼을 늦게 해서 이제 아이가 열한 살이에요. 제 아이에게 미술을 가르치는 선생님께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데 장애인 단체에서 장애인들이 만든 미술작품 전시회를 하는데 늘 전시회를 열어오던 한 갤러리가 그 전까지 대관료를 안 받았는데 이번에는 내라고 하면서 전시회를 열기가 곤란해진 적이 있었대요. 그래서 '이런 분들도 편하게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보자'고 해서 '몽유문화'를 만들었죠."
이런 동기 때문일지는 몰라도 남궁 대표는 기성 작가가 아닌, 미술과 관계없는 일반인들이 자신이 제작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미술품을 '몽유문화'에 전시하는 데 따로 비용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금은 남궁 대표가 잘 알고 있는 미술 작가들의 작품 몇 점을 전시해 놓은 상태며, 앞으로는 앞서 말한 사례의 장애인 단체처럼 전시 공간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공간을 대여하기도 할 예정이다. 또 집에만 걸려 있는 미술품 중 자랑하고 싶거나 가치를 평가받고 싶은 미술품 등을 받아 일정기간 전시해 함께 감상하는 즐거움을 나누는 '장롱 갤러리'라는 이름의 기획도 구상 중이다.
남궁 대표는 '몽유문화'라는 공간이 예술을 즐기고 꿈꾸는 사람들의 진정한 놀이터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공간을 문을 열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 유모차를 끄는 젊은 여성 한 분이 앞을 왔다갔다 하더라구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도 미술을 전공했는데 결혼 후에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주부로 살고 있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아이가 어느정도 크면 다시 붓을 잡고 작품 만들어서 몽유문화에 전시해보라'고 했더니 그 분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시더라구요. 이런 분들도 마음껏 재주를 뽐내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