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 규정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피겨 여왕' 김연아(32)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당연한 세 문장'을 올린 지 한 시간 만에 9만 여 명이 지지의 '좋아요'를 보냈다.
김연아는 14일 인스타그램에 내용이 없는 검정색 이미지를 올리고서 영어로 "도핑 규정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이 원칙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공평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Athlete who violates doping cannot compete in the game. This principle must be observed without exception. All players' efforts and dreams are equally precious)고 썼다.
누구를 가리킨 말인지는 덧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김연아의 주 종목 피겨 스케이팅의 '신기록 제조기'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 선수가 '도핑'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최고 스타로 꼽힌 발리예바는 7일 ROC 동료와 함께 출전한 피겨 단체전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그러나 곧 IOC가 "8일 예정된 피겨 단체전 시상식을 법적 문제로 연기했다"고 발표하면서 발리예바의 도핑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
IO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러시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서 발리예바는 총점 283.48점의 비공인 세계 기록으로 우승했다.

당시 발리예바가 제출한 소변 샘플 가운데 금지 약물 성분인 트리메타지딘이 검출됐다. 트리메타지딘은 협심증 치료제로, 혈류량을 늘려 지구력 증진에 도움을 주는 흥분제로도 사용될 수 있어 WADA는 2014년 이를 금지약물로 지정했다.
그러나 14일 도핑 위반 통보를 받은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가 발리예바의 징계를 철회하면서 스포츠중재재판소(CAS)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CAS의 결정에 따라 발리예바는 15일 피겨 쇼트프로그램에 정상적으로 출전한다.
CAS가 발리예바의 개인전 출전을 허용하자 새러 허시랜드 미국올림픽·패럴림픽 위원장은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스포츠의 진실성을 보호하고 선수, 코치, 관계자들이 가장 높은 수준에 있도록 해야 하는 건 올림픽 전체 공동체의 집단 책임"이라고 CAS를 비난했다.
트래비스 타이거트 미국반도핑기구위원장도 "발리예바가 올림픽에 뛸 수 있는지, 기록이 실격 처분될지 등은 오로지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라며 "불행하게도 러시아는 올림픽에서 6회 연속으로 경쟁을 탈취하고 깨끗한 선수와 대중의 순간을 훔쳤다"고 날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세계가 인정하는 피겨퀸 김연아 역시 CAS의 결정을 비판하는 어조로 메시지를 낸 것이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손에 쥐었으나 2014년 소치 대회에서는 '판정 논란' 끝에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당시 김연아는 은메달에 머물고도 심판 판정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은메달에 만족한다고 인터뷰했다.
자신의 메달 색과 관련한 심판 판정에도 담담했던 김연아가 '도핑 논란'에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김연아의 SNS를 찾은 한 외국 팬은 "여왕의 말씀"이라고 강한 지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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