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정우 포스코 회장, 포항이 불편…왜?

[포스코 탈포항 논란] 감사실장 시절부터 최근까지 포항과 불협화음 탓

21일 포항시 포스코 역사관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 초기에 자필로 쓰고 서명한 메시지가 전시돼 있다. 포스코는 최 회장 취임 1주년인 2019년 7월
21일 포항시 포스코 역사관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취임 초기에 자필로 쓰고 서명한 메시지가 전시돼 있다. 포스코는 최 회장 취임 1주년인 2019년 7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경영이념으로 하는 '포스코 기업시민헌장'을 선포한 바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은 지난해 7월 21일 포항 포스코 체인지업 그라운드 개관식에서 "이곳을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퍼시픽밸리'로 키우겠다. 53년 전 영일만 황무지에서 출발한 포스코가 오늘에 이른 것처럼 미래를 이끌어갈 큰 기업들이 포항에서 많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포항성장을 강조했던 최 회장이 6개월도 안 돼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만들어 포스코그룹 본사를 포항에서 서울로 옮겼다.

경영권이 포스코홀딩스로 넘어가게 되면 상황에 따라 포항투자는 변할 수밖에 없다. 포항본사 구조에서는 싫든 좋든 포항제철소 투자를 최우선에 두고 경영전략을 수립했지만, 포스코홀딩스 구조에서는 이를 장담할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을 잘 아는 최 회장이 포스코 본사가 자리한 포항과의 소통 없이 이를 추진한 이유가 뭘까.

호사가들은 최 회장이 포항을 유독 불편해하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2010년 포스코 정도경영실장(상무)으로 자리를 옮긴 뒤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하고 2014년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옮길 때까지 감사업무를 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포항제철소 및 계열사 간부 비위행위 조사, 포스코교육재단 감사 등 포항을 중심으로 사정의 칼날을 겨누었다. '개인통장을 모두 공개하든지, 공개하지 못하면 비위가 있다'는 식의 '흑백논리' 감사에 배겨날 직원은 거의 없었다는 게 당시 관련 직원들의 증언이다.

최 회장이 실장 시절 찾아낸 비위건만 1만7천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포스코 납품비리가 발생했을 때 수사당국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된 자료 가운데 상당수가 최 회장이 밝혀낸 비위행위로 전해지고 있다.

또 포스코교육재단을 겨냥했다가, 포스코에서 고위 임원을 지낸 한 인사의 강한 반발에 막힌 일도 있다.

최 회장이 감사업무를 추진하면서 가장 불쾌했던 일이었다는 게 후문이다.

실제로 포스코교육재단은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포스코로부터 출연금 감소 압박을 받아오다, 결국 2019년 180억원, 2020년 120억원, 2021년 70억원, 올해부터는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포스코 측은 포스코교육재단의 재정합리화 및 자립을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재단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꼴'이 됐다.

여기에다 포항시의 불편한 대우도 최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광양제철소가 자리한 인근지역 지자체인 광양과 순천, 여수 등에서는 최 회장을 추켜세우며 투자를 받아갔지만 포항은 그러지 않았다. 일례로 포항제철소 신규 공장 건설에 필요한 부지 확보를 위해 포스코 측은 제철소 내 빈 공간을 원했지만 포항시는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우며 블루밸리 단지 입주를 요구했다. 기업입장에서의 경영지원보다는 행정에 초점을 맞춘 포항시의 요구가 포스코를 불편하게 한 셈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최근 포스코의 투자가 광양지역에 쏠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포스코에서 퇴직한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감사실장 시절 포항에서 '물 먹은' 일이 많고, 회장이 돼서도 광양 등에 비해 대우를 받지 못했다. 여러 상황을 볼 때 포항이 불편하고, 이참에 경영주도권을 형식적·실질적으로 모두 서울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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