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 울창한 숲들이 한순간에 소실됐다. 15일 새벽 영덕군 지품면 삼화리에서 발화된 산불은 60여 일째 이어진 기상청 관측 사상 최장의 가뭄 속에 강풍을 타고 17일 오전 현재 150㏊의 삼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1997년 발생한 영덕읍 대형 산불보다 이번 산불의 피해 규모가 훨씬 더 크다니 여간 심각하지 않다. 특히 우리는 이번 영덕 산불의 원인이 농업용 폐반사필름 때문이라는 점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영덕 산불에 대해 산불방지협회는 폐반사필름이 바람에 날아다니다가 전신주에 닿아 불꽃이 튀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사필름은 과일이 햇볕을 골고루 받게 하기 위해 밭에 깔아두는 농업용 자재다. 방치된 폐반사필름이 전신주에 걸리면서 정전 및 화재를 일으킨다는 우려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는데 결국 산불 재앙까지 유발한 것이다. 한국전력 경북본부에 따르면 2017~19년 경북 북부지역 11개 시·군에서 발생한 정전 사고 가운데 46건은 폐반사필름 때문이었다고 한다.
영덕에서만 해도 반사필름을 사용하는 과수 농가가 600가구에 이르는 등 전국의 많은 과수 농가들이 반사필름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은박 처리된 폐반사필름은 썩지 않아 토양 오염 등 각종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적법하게 수거 처리돼야 하지만 비용과 일손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몰래 소각하거나 내다 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각종 환경오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정전 및 산불까지 불러일으키는 폐반사필름 문제를 이대로 방치해 둘 수는 없다. 지자체의 관심과 정책이 필요하다. 많은 지자체들이 폐반사필름 수거 사업을 벌이고 있다지만 시늉에 그치고 있다. 이 부문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수거 사업을 확대하고 농민 대상 계도와 단속을 상시화해야 한다. 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농민들의 마음가짐이다. 농민들의 솔선수범 없이는 폐반사필름으로 인해 빚어지는 각종 환경 재앙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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